[Oh!쎈 초점] "가해자 9년 만에 재판"..故장자연 恨, 이젠 풀릴까?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8.06.29 15: 30

9년 전 검찰은 고 장자연의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전 조선일보 기자 조모 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9년 뒤 판세가 뒤집혔다. 재수사 끝에 조 씨는 4차례 소환조사를 받고 26일 기소됐다. 고 장자연의 한이 이번에는 풀릴 수 있을까?
고 장자연은 2009년 3월 7일, 서른 살 되던 해에 실명 폭로와 지장이 찍힌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드라마 PD, 방송 및 언론계 인사들과 대기업 금융업 종사자 등 31명에게 성상납을 강요 받고 폭력에 시달렸다며 실명이 담긴 리스트를 남겼다. 
세간을 들썩이게 한 이른 바 '장자연 리스트'다. 하지만 불구속 기소된 전 소속사 대표 A씨와 매니저 외에 유력인사 10명에 대해선 혐의없음 처분이 나왔다. 이 때문에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커졌다. 특히 고인의 동료 배우이자 성추행 현장에 있었던 윤 씨의 진술을 검찰은 묵살했다. 

윤 씨는 장자연의 성추행 가해자로 당시 조선일보 기자였던 조 씨를 지목했다. 현장에 있었다는 그는 자리배치표를 그릴 정도로 또렷하게 기억하며 "조 씨가 탁자 위에 있던 장자연을 끌어당겨 성추행했다"고 진술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를 부인하며 또 다른 이를 가리켰다. 
하지만 그가 지목한 이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게 밝혀졌다.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고 윤 씨와 조 씨는 거듭 조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목격자 윤 씨의 진술보다 조 씨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조 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판정을 받았는데도 검찰은 그를 놓아줬다. 
유족들은 반발했지만 사건은 종료됐고 고 장자연 사건은 의혹만 남긴 채 9년이 흘렀다. 그러던 지난 2월, 연극 공연계 및 방송 문화계 전반적으로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고 장자연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국민들은 이 사건 재수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수십 만 명이 동의하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재수사에 들어갔다. 국민들의 날카로운 관심 속에 이들은 당시 목격자였던 윤 씨의 진술 등 추가 정황을 확인해 26일 조 씨를 기소했다. 수면 아래 가려졌던 진실이 9년 만에 인정 받은 셈이다. 
28일 방송된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목격자 윤 씨는 "당시 검찰이 가해자로 지목된 조 씨를 믿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전 갓 20살을 넘겨서 사리판단 하지 못했지만 제가 느끼기에도 이상하다는 느낌 받았다. 조사 후 나중에 알았는데 그분의 배우자가 검사 측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반복해서 받았다. 최근에는 입원까지 했다. 고인이 된 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것이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두려움을 갖게 됐다"며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서 진술하고 있다. 앞으로도 조사에 성실히 임할 생각"이라며 재수사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재수사를 간절히 바라던 국민들, 여전히 식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들, 재수사에 진실 되게 다가선 검찰, 적극적으로 수사에 진술을 보태고 있는 목격자까지. 고 장자연의 한을 풀어줄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9년 전에는 모두가 악마 같았겠지만 이젠 고인이 한을 풀 기회가 왔다. 
늦게나마 하늘에서 장자연이 미소 지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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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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