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1열’ ‘멜로거장’ 허진호 감독이 밝힌 명작 뒷 이야기 [종합]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8.06.29 19: 37

한국 멜로 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이 20년만에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해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29일 오후 방송된 JTBC ‘방구석1열’에서는 명품 로맨스 영화 ‘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는 두 편의 영화를 모두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출연해 영화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허진호 감독은 멜로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글쎄 조금 불편하다. 10% 정도는 기분이 좋았다가 90% 정도는 불편하고 쑥스럽다”며 부끄러워했다. 멜로 영화를 잘 만드는 비결은 사랑 경험이 많아서 인 것 같다는 말에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고 또 한 번 쑥스러워 했다.

먼저 한석규와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석규와 심은하의 자연스러운 편안한 연기가 돋보이는 것에 대해 허 감독은 “디렉션을 따로 안 줬다. 배우가 알아서 자기 역할을 하면 보고 제가 거기서 이상한 점을 끌어내는 방식이었다. 테이크도 많이 가고 게으른 방법이었다. 한 장면 당 열 번씩 찍는데 이유도 말해주지 않으니까 사실 배우들도 불편해 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한석규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활짝 웃으며 찍는 모습은 명장면 중 하나. 故 김광석의 영정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허 감독은 “잡지에서 봤는데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더라. 당시 영정사진에 웃는 사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게 계속 기억에 남았다”며 “사진사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영정사진과 만난 거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말미 영화 속에서 공개되지 않은 다림(심은하 분)의 편지 내용에 대한 질문에 허진호 감독은 “고백하는 편지였을 것이다. 좋아한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을까”라고 전했다.
다음으로 유지태와 이영애 주연의 ‘봄날은 간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봄날은 간다’에는 아직도 회자되는 명대사들이 많다. 특히 ‘라면 먹고 갈래요?’에 대해 어떻게 라면이 됐냐는 질문에 “원래 대사는 ‘커피 한잔 할래요’였는데 뭔가 재미가 없었다. 몇 년 전에 이영애 씨를 만났는데 그 대사가 요즘 유행이라고 하더라. 누가 만들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대화하다가 우연히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시나리오에 있었다. 그 얘기가 가장 중요한 대사였던 것 같다. ‘동그라미가 어떻게 원이야’처럼 말도 안 되는 동어 반복 같은 질문이지 않나”라고 밝혔다.
투샷과 롱테이크 기법을 많이 쓰는 허 감독은 “한 호흡으로 같이 보는 것이 좋았다. 테이크들이 기니까 하루에 한 씬 찍어도 3~4분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가장 좋아하는 롱테이크 장면에 대해서는 “강릉에서 택시 타고 오는 장면”을 꼽으며 “당시도 딱 봄날이었다. 봄밤의 정취에 배우들 스태프들이 모두 신나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봄날의 간다’라는 제목은 “노래에서 착안했다. 그 노래를 어머니가 좋아하셨다. 아버지 환갑잔치 때 어머니가 그 노래를 부르셨다. 그 때 그 기억이 남아서 제목을 ‘봄날을 간다’라고 정해놓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mk3244@osen.co.kr
[사진] ‘방구석1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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