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아스정②] ‘은퇴식’ 정재훈, "야구 잘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6.30 16: 37

두산 베어스의 정재훈(38) 코치가 공식적으로 선수로 마침표를 찍는다.
두산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정재훈 은퇴식’을 진행했다.
2003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정재훈 코치는 이듬해 43경기에서 3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14로 활약하며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다. 2005년 첫 세이브를 비롯해 그해 30세이브를 거두는 등 4년 연속 두자릿수 세이브를 거두며 정상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2014년 시즌 종료 후 두산이 FA 장원준을 영입하며 보상선수로 롯데로 이적했지만, 2016년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다시 두산으로 컴백해 46경기기 1승 5패 2세이브 23홀드를 기록하며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그러나 그 해 8월 타구에 맞아 팔뚝 골절 부상을 당했고, 어깨 부상까지 겹치면서 15년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은퇴식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 정재훈 코치는 "사실 은퇴한 지 몇 개월돼서 큰 감흥이 있지는 않다. 울지는 않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팬들에게 인사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구단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첫 세이브와 마지막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힌 정재훈은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 팬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재훈 코치와의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 은퇴식을 앞둔 소감을 전하면.
▲ 코치를 한 지 몇 개월 돼서 그런지 감흥이 남다르지는 않다. 울지도 않을 것 같다. 굉장히 영광스럽다. 은퇴식이라는 것이 팀에게 활약한 선수가 인사하는 자리로 있어 앞으로는 다른 선수들도 다 했으면 좋겠다. 소수의 선수가 하는 만큼, 나로서는 영광스럽고 선택받은 날이다. 구단에도 감사하다. 기분 좋다.
- 경기장에 와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했는데 실감이 나는가.
▲ 처음에는 그냥 하나 싶었는데 막상 야구장에 오니 들뜬다. 팬들이게 사인도 오랜만에 해서 들뜨기도 한다.
- 기억에 남는 팬이나 말이 있나.
▲ 선수 시절에는 '잘하세요' 그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잘 가르쳐주세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코치라는 것이 느껴진다. (웃음)
-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 두 가지 정도 있다. 첫 세이브했을 때와 이제와서 기억에 남는 것인데 마지막 경기에서 팔뚝이 부러졌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 은퇴식 행사 이후 가족과 야구를 본다. 야구장에서 가족과 야구를 보는 것은 처음인지.
▲ 처음이다. 사실 조금 망설였다. 아직 2군 코치라 1군 경기를 치킨 먹으면서 봐도 되나 싶었는데, 그래도 가족과 처음이니 잘보고 갈 생각이다.
- 구단에서 우승 반지를 받기는 했지만, 선수로서 함께 하지 못해서 우승에 대한 미련은 남지 않는지.
▲ 있다.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련이 있다. 그 미련이나 아쉬움은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지도자로서 우승을 하게 되더라도 그 아쉬움을 있을 것 같다.
- 은퇴식 앞두고 특별히 연락을 받은 동료가 있는지
▲ 평소 팀 선수과 자주 연락을 하지만, 은퇴식을 앞두고도 많은 연락이 왔다. 주변에서 많이 보내줬다. 2군에서 있는 코치님들이 많이 보내주시더라. (인터뷰 도중 LG 박용택에게 연락이 오기도 했다.)
- 어떤 선수로 기억이 되고 싶은지.
▲ 야구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야구 잘했던 투수. 잘 던진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
- 가족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나.
▲ 가족들은 다 고마워한다. 은퇴식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거창하게 해줘서 고마워한다. 나 역시도 은퇴식의 의의보다 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팬들에게 은퇴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은 어떤지.
▲ 상당히 어렵다. 마음같지 않다. 선수마다 성적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 선수에 맞게 해야되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 두산이라는 구단은 어떤 의미인가.
▲ 직장이다. 야구 선수라는 것을 떠나서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 두산으로 나에게는 첫 직장이다. 처음에는 직장과 같았지만, 1년 정도 롯데에서 있은 뒤 다시 돌아오니 이제 가족같고 집 같았다.
- 지도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 아직 목표를 설정할 수가 없다. 1~2년을 해봐야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아직은 목표를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
- 은퇴 결정을 했던 밤에 어떤 생각을 했나.
▲ 많이 아쉽고, 섭섭함이 컸다. 누구나 그럴 것 같다.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를 바라보는 시선 등에서 그렇지 않았을 때 섭섭하고 상실감이 컸다. 20년 넘게 했던 일이다. 일이 길어지다보니 인생이 됐는데, 막상 단절이되고 삭제가 되는 것 같아서 아쉽고 섭섭했다. 프로에서 1년에서 있든 20년 있든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했기 때문에 거의 인생 내내 해왔던 것이 야구이 만큼, 상실감이 컸다.
- 애뜻한 후배 투수가 있다면.
▲다 애뜻하다.
- 선수 생활하면서 연봉을 받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 그런쪽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웃음)
- 스스로에게 선수 정재훈의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정도 줄 것 같나.
▲ 80점 정도 인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노력하고 나도 노력했지만, 그렇게 큰 시련이나 굴곡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노력도 했지만 노력에 비해서 잘 풀린 것 같아서 그래서 80점 정도가 될 것 같다.
- 팬들에게 한 마디.
▲ 너무 감사하다. 항상 응원을 해주시고 격려를 한다는 것이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지도자가 된 뒤에 알게 됐다. 지도자가 됐기 때문에 이제 꾸준히 강팀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야구장 많이 와서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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