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월드컵결산②] 사령탑 선임, 출발점은 독일전 아닌 스웨덴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7.01 06: 02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귀국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승2패를 기록했다. 스웨덴, 멕시코에 연패하며 16강이 좌절됐다. 하지만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면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16강 실패가 준 아픔보다 독일전 승리의 기쁨이 더 희망적이었다.
신태용 감독의 계약은 7월까지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만큼 사실상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도 마무리된 상황이다. 이제 차기 감독 선임 문제가 남았다. 계속 신태용호로 갈 수도 있다. 아니면 새로운 사령탑이 들어설 수도 있다.

우선은 신태용호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 한가지 확실히 해둬야 할 것은 신태용호의 평가가 독일전이 아니라 스웨덴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짜릿한 희열이 아니라 통렬한 자기반성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뜻이다.
▲ 독일전 '독' 되지 않을까
대표팀이 독일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낮게 평가될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축구 역사를 바꿔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팀이고 우승후보였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아시아국가가 디펜딩 챔피언을 이긴 적이 없었다. 더구나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8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은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가진 스웨덴과의 1차전과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연패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표팀은 독일전이 있기 전까지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려진 상태였다. 
신태용호가 올인한 것은 스웨덴이었다. 몇개월 동안 오직 스웨덴전만 바라보다시피 훈련했다. 그 훈련 과정조차 비밀리에 부쳤다. 하지만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이것은 이번 월드컵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신 감독 부임 후 휩싸였던 여러 논란도 평가돼야 한다. 무엇보다 '트릭' 발언은 평가전이 대표팀의 기량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교란하기 위한 수단처럼 돼 버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스웨덴전 평가가 왜 중요한가
올인했던 스웨덴전의 패배는 다양한 시각을 안겼다. 0-1 패배라는 점수로 보면 아쉬운 결과였다.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꺾은 점을 들어 오히려 신태용 감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그보다는 전술적인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지적하는 말들이 더 많다. 필드골을 내주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 대한 전술로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키 큰 스웨덴 수비수를 상대로 장신의 김신욱을 원톱으로 투입했다. 이는 피지컬과 높이가 우월한 스웨덴 선수들을 상대로 스피드를 활용한 뒷공간 활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는 것이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양쪽 윙어로 나섰지만 전체적인 수비라인이 아래로 처지면서 스피드를 활용이 반감됐다는 평가다.
더구나 높이의 우위를 발휘할 수 없는 김신욱에게 크로스를 계속 올린다는 점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세컨드볼에 초점이 맞춰졌다지만 김신욱의 움직임은 전반 20분이 되기도 전에 상대 수비수들에게 간파를 당했다. 김신욱이 묶이면서 세컨드볼 싸움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손흥민이 윙백으로까지 내려앉은 수비라인은 역습을 하기에는 벅찼다. 거리 때문에 제대로된 공략이 힘들었다. 손흥민은 물론 이재성, 황희찬 등은 일찌감치 지쳤다. '유효슈팅 0'라는 희대의 기록이 씌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불어 수개월 동안 이 한경기만 바라보고 준비해왔던 결과물이었다.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경기력과 결과가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 공격이 힘든 포메이션으로 임했다는 것은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다.
▲ 과정과 결과의 혼재
감독 선임 문제는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몫이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독일전이 아니라 스웨덴전이 돼야 한다.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한 계획과 전략의 실패를 좀더 깊이 새기고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대표팀의 실패는 신태용 감독의 실패가 아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의 실패를 반성하지 않고 4년 뒤에도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사실상 대한축구협회의 실패로 볼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4년 전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말을 앞세웠다. 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감독 선임이라는 측면부터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당장 월드컵 본선을 1년 정도 남기고 감독을 교체한 것만 봐도 그렇다.
신 감독은 부임 당시 한국 축구의 구원투수라 불렸다. 연령별 대표팀을 맡아오면서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왔다. 2014년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을 때와 비슷했다. 그렇지만 짧은 기간 성과를 내야 하는 '독이 든 성배'는 월드컵 앞에서 신 감독에게 실패를 경험하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대표팀의 피지컬과 컨디션, 일정 관리에 대한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내용은 애초 대표팀 내에서 쉬쉬거리고 비밀로 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서로 좋은 부분을 찾아가고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다.
이는 곧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소통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표팀은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를 비롯해 하비 미냐노 피지컬 코치, 파코 가르시아 전력분석 코치를 채용했다.
월드컵 경험이 전무한 감독이 경력이 출중한 스페인 코칭스태프를 데려왔을 때 겪을 수 있는 갈등이 조금씩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마당에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대표팀에서는 결과로 인해 과정이 무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시스템으로 잘 다져놓으면 결과가 예측 가능해진다. 나중에 그 결과마저 부정되지 않도록 과정을 잘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독일전이 아니라 스웨덴전에 중심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 /letmeout@osen.co.kr
[사진] 모스크바(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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