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째 역전승과 함께 6할대 승률까지. 한화에는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밤이었다. 6월의 마지막 날을 대역전 드라마로 기분 좋게 장식한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한화는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에 올 시즌 최고 명승부를 펼쳤다. 3-5로 뒤져 패색이 짙은 9회말 2사 1·2루. 포수 지성준이 롯데 마무리 손승락과 6구 승부에서 한가운데 몰린 147km 직구를 공략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케 했고,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는 무려 135m, 끝내기 역전 스리런. 한화 관계자들은 "소름 돋는다. 믿기지 않는 승리"라면서 기뻐했다.
이날 역전승은 한화의 시즌 30번째 기록이었다. 올 시즌 48승 중 30승이 역전승으로 비율이 62.5%에 달한다. 역전승 2위인 두산·넥센의 23승보다 7승이 더 많다. 한화 경기가 유독 짜릿한 이유가 바로 언제 어떻게 뒤집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도 경기 초반 뒤집는게 아니라 중후반 역전승이 집중돼 있다.

한화는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13번이나 역전승했다.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승률 1위(.342).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도 9번이나 역전승했다. 7회까지 리드를 당하고 있을 때 승률도 1위(.243)에 빛난다. 리그 최다 4번의 끝내기 승리로 짜릿한 마무리도 가장 많았다. 한화 경기마다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명승부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8일 수원 KT전에서 0-6으로 뒤진 경기를 12-8로 역전승했고, 4월26일 광주 KIA전에선 0-1로 뒤진 9회초 지성준의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로 3-1 역전승했다. 5월2일 대전 LG전도 2-3으로 뒤진 9회말 지성준의 끝내기 안타로 4-3으로 이겼고, 5월4일 대구 삼성전은 9회초 제라드 호잉의 결승 스리런 홈런이 터져 9-6으로 역전승했다.
5월8일 고척 넥센전도 6-9로 뒤진 9회초 신인 정은원의 데뷔 첫 홈런을 발판 삼아 10-9로 뒤집는 뒷심을 발휘했다. 여세를 몰아 5월22일 대전 두산전은 9회말 2사 후 호잉의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에 이어 11회말 송광민의 끝내기로 8-7 승리를 했다. 지난달 21일 청주 LG전에선 8회말 이성열의 동점 투런포, 9회말 송광민의 끝내기 스리런포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일일 연속극처럼 자주 드라마를 쓴 한화는 어느새 6할 승률을 찍었다. 80경기 48승32패로 정확히 6할 승률. 한화가 8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6할 승률을 찍은 지난 1992년 빙그레 시절 이후 26년 만이다. 승패 마진 +16도 한국시리즈 우승 해였던 1999년 10월5일 이후 19년만의 일. 엄청난 사건의 연속이다.
한화의 6할 승률은 객관적 전력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득실점 기반으로 한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에 따르면 한화의 승률은 5할1푼5리 리그 6위에 불과하다. 그런데 실제 승률은 6할, 순위는 2위로 수직 상승했다. 단순 '운'으로 치부하기엔 한화의 기세가 너무나도 뜨겁다.
한 번은 우연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실력이다.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향하는 '기적의 팀' 한화, 이글스 팬들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