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용덕 감독이 전에 없던 어필을 했다.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한화전. 롯데가 5-3으로 앞선 9회초 1사 2루에서 황진수가 2루 땅볼을 쳤다. 잘 맞은 타구를 한화 2루수 강경학이 다이빙 캐치한 뒤 1루로 송구했다. 이 과정에서 타자 주자 황진수와 한화 1루수 백창수가 충돌했다. 1루에서 황진수가 넘어진 사이 2루에서 3루로 간 앤디 번즈가 기습적으로 홈을 노렸다.
그러자 백창수가 포수 지성준을 향해 홈 송구했고, 번즈는 태그를 피해 점프를 시도했지만 늦었다. 그런데 여기서 혼선이 빚어졌다. 황진수가 백창수와 1루에서 부딪친 뒤 넘어졌고, 1루심 구명환 심판위원이 '타임'을 선언하며 볼 데드가 된 것이다. 그러자 한용덕 감독이 나와 강력하게 어필했다.

한용덕 감독은 먼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1루 포스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에 대한 내용이었다. 1루심의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타자 주자 황진수가 베이스를 밟지 못하고 지나쳤다. 황진수가 넘어진 사이 백창수가 1루를 밟아 아웃으로 판정이 번복됐다.
그런데 한용덕 감독이 또 다시 그라운드로 나와 어필했다. 비디오 판독이 아닌 번즈의 홈 쇄도에 대한 인플레이 여부를 재확인했다. 볼 데드가 선언되기 전 번즈가 3루에서 홈으로 뛰었기 때문에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실제 1루심 타임은 번즈가 3루에서 홈으로 반쯤 뛰었을 때 선언됐다.

하지만 심판진은 한 감독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진은 경기 후 "1루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한 뒤 상황이 벌어졌다. (선수들 사이) 접촉으로 부상이 일어나면 심판이 타임으로 상황을 끊을 수 있다. 그 이후 번즈가 홈으로 들어오고, 1루수가 홈으로 던졌다. 그 이전에 심판이 먼저 타임을 했기 때문에 다음 상황은 인플레이로 볼 수 없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실제 2018 야구규칙 5.11 경기재개 (h)에 따르면 심판원은 플레이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타임'을 선언해선 안 되지만 예외를 둔 부분이 있다. '선수의 생명과 관계되는 중대하고 긴박한 사태라고 심판원이 판단했을 때는 플레이가 진행 중이더라도 타임을 선언할 수 있다. 그 선언으로 볼 데드가 됐을 경우 심판원은 플레이가 어떤 상황으로 진행됐을 것인가 판단해 볼 데드의 조취를 취한다'고 명시돼 있다. 선수가 돌발 부상을 입었을 때 어느 심판이든 그 즉시 타임을 선언할 수 있다.
결국 1루에서 아웃만 선언되고, 번즈는 다시 3루로 돌아가 2사 3루로 상황이 정리됐다. 심판진이 한용덕 감독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4분가량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제대로 된 상황 설명 및 전달이 이뤄지지 않은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날 심판진도 "이 부분을 방송으로 알렸어야 하는데 한용덕 감독에게 설명을 한 사이 놓쳤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한 감독의 어필은 둘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이후 경기 분위기는 미묘하게 바뀌었다. 한 감독이 이례적으로 두 번씩 어필하는 사이 대전 홈관중들이 한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경기장을 들썩이게 했다. 자칫 롯데의 추가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을 끊었다. 상황 정리 후 2사 3루에서 박상원이 이병규를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은 한화는 9회말 2사 후 지성준의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6-5 대역전승을 거뒀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