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던 청년은 마이크를 쥐었다.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야 할 청춘은 어둡기만 했고, 청년은 다른 이유로 삶을 괴로워했다. ‘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고 싶었던 ‘동주’의 청춘은, 마주보기 부끄러운 어제를 외면하려 오늘에서 도망가는 ‘변산’의 청춘이 되었다. 어느새 스크린 속 청춘의 아이콘이 된, 배우 박정민의 이야기다.
박정민은 영화 ‘동주’에 이어 ‘변산’으로 또 한 번 이준익 감독과 손잡고 관객들을 만난다. 일찍부터, 영화계에서는 소문난 배우였지만, ‘동주’로 비로소 관객들에게 주목받은 박정민은 ‘변산’으로 자신을 증명해 보인다. ‘동주’에서 박정민의 매력과 잠재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한 이준익 감독은 ‘변산’으로 또 한 번 박정민을 선택했다. “무조건 다음 원톱 영화는 박정민이다”라는 믿음에서 나온 캐스팅이었고, “‘변산’ 이후 앞으로도 더 많은 자질과 잠재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배우”라는 확신을 낳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박정민은 첫 원톱 도전에 한없이 스스로를 낮췄다. 남들에게는 오히려 너그럽지만, 오히려 자신에게만큼은 더욱 엄격한 배우 박정민. 왜 충무로가 지금 박정민에 푹 빠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분이 정말 이상해요. 주제넘은 짓인가 싶기도 하고(웃음). 사실 제가 막 인지도가 엄청 높은 스타 배우라거나,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도 아닌데 원톱이라니. 티켓 파워가 있는 감독님과 여자 주인공 김고은이 있어서 다행히 할 수 있게 됐죠. 감개무량해요. 불안하기도 하고요. 어쨌든 만드는 과정은 너무 재밌고 행복했는데, 세상에 보여드리는 상황이 왔으니 긴장하게 되네요. 부담이 10이라면 기대가 0이에요. 모든 분들이 다 좋아하실 수는 없지만 시사회 같은 곳에서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꽤 계셔서 저희가 재밌게 찍은 걸 알아봐주시는구나 싶어요.”

‘동주’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디렉터스 컷 시상식 등 대부분의 영화 시상식을 휩쓸었지만, ‘동주’ 이후 박정민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들뜨기 쉬운 시기, 박정민은 오히려 냉철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욱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향해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던 시기, ‘변산’을 만나게 됐다.
“지난해부터 상업영화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제 자신의 부족함, 제 그릇의 크기를 가득 생각할 때였어요. ‘쉬운 일이 아니구나, 열망은 있고 열정도 있었으나 냅다 도전할 만큼의 무게가 아니구나. 아이고 이거 어떡하지. 관둬야 하나, 이 일이 맞는 건가’ 하고 수없이 많은, 깊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있을 때였어요.
감독님과 자주 통화를 하는 사인데, 감독님이 예전에 이런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잊어버리고 있으라고 해서 잊어버리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어요. 감독님이 뭐하냐고 여쭤보셔서, 촬영 끝나고 다른 거 뭐 있나 보고 있어요 대답했더니 내일 당장 사무실로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시나리오를 받으러 간 거지만 ‘이런 고민이 있어요. 힘들어요’ 했더니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시면서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한결 가뿐한 마음에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감독님과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한다고 했죠.”
‘힐링을 하고 싶어서’ 선택한 ‘변산’의 무게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런 박정민을 오히려 편하게 한 것은 현장이었다.
박정민은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병원 신세를 질 뻔 했다. 독립 영화를 할 때도 전 크레딧 1번 주연을 해본 적이 없다. 이런 큰 영화의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갔다는 자체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며 “연기말고도 할 게 정말 많았다. 랩도 하고 춤도 춰야 하고 변산에서만 찍으니까 집에서 푹 쉬기도 어려웠다. 스트레스가 조금씩 쌓여갔다. 그때 감독님이 계시고, (김)고은이가 있어서 현장을 잘 이끌어줬다. 잠깐 나오신 선배님들조차 저를 행복하게 해주셨다. 그렇게 조금씩 부담감이 덜해지면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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