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박정민 "'변산' 래퍼 도전, 가수분들 존경하게 됐다"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7.03 10: 01

박정민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부러 어려운 길을 가나 싶을 때가 있다. ‘동주’(이준익 감독)부터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 ‘변산’(이준익 감독), 그리고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사바하’(장재현 감독),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곧 촬영에 돌입하는 ‘타짜3’(권오광 감독)까지, 쉴 틈 없는 열일 행보 속 비슷한 장르, 겹치는 캐릭터가 단 하나도 없다.
박정민에게는 극찬 받은 연기를 이른바 ‘재탕’하는 법도 쉬운 길만 찾아가는 요령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작 ‘그것만이 내 세상’과 개봉을 앞둔 ‘변산’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을 가진 서번트 증후군 소년을 맡아 손이 까지도록 피아노 연습을 했다. 무명 래퍼 학수 역을 맡은 박정민은 랩에 학수의 마음을 담은 랩 작사, 그리고 탭댄스까지, 만능이 돼야 했다.
“랩을 하면 되겠지”라고 만났던 ‘변산’ 속 무명 래퍼 학수는 박정민의 뒤통수를 크게 때렸다. 평소 ‘쇼미더머니’의 팬을 자처하고, 힙합을 즐겨 듣지만 ‘듣는 힙합’과 ‘하는 힙합’은 모든 것이 달랐다.

“가수 하시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졌어요. 노래 한 곡을 만든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죠. ‘변산’을 하면서 정말 많은 공정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변산’을 통해 내가 누군가의 성과물이나, 작품이나, 예술이나, 그게 뭐든지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되겠다, 함부로 누군가의 어떤 것을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어떤 것을 좋지 않게 들었거나 봤더라도 그 사람의 노력을 절대 폄하하면 안 되겠다는 걸 이번에 정말 깨달았어요. 3~4분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한 달, 두 달을 매달려요. 정말 대단한 일이죠.
제가 힙합, 그리고 랩을 좋아한다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제 발목을 붙잡기도 했어요. 잘 하는 분들의 랩이 제 귀에 익숙하잖아요. 늘 프로이신 분들의 랩을 들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한 걸 들으면 너무 엉망이라(웃음). 어쨌든 이게 랩 영화는 아니고, 저도 프로 래퍼는 아니니까 랩을 정말 잘 할 순 없지만, 랩이 학수의 정서를 알려주는 도구니까 랩을 제대로는 해야만 했죠. 레퍼런스 삼을 래퍼 분들을 찾아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런데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났어요(웃음). 레퍼런스 삼을 수 있는 분들을 바로 찾을 수 있다는 건 좋지만 오히려 제 랩과 바로 비교할 수 있다는 건 독이었죠.”
박정민은 연예계에서 소문난 ‘글쟁이’로 잘 알려져 있다. 촌철살인의 유머가 특기인 박정민은 ‘언희(言喜)’라는 이름으로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고, 그 글을 모아 ‘쓸 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내기도 한 작가다. 글 깨나 쓴다는 박정민에게도 랩이라는 새로운 언어는 흥미롭지만, 낯설고 어려운 것이었다. “어쨌든 쓰는 작업이니까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있었다”는 박정민은 “‘어느 정도는 시를 쓴다고 생각하자’라고 생각도 했다. 라임에 맞춘다고 생각하고 썼다”고 말했다.
“피아노보다 랩이 어려웠다”고 단언한 박정민은 ‘변산’ 속 랩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변산’에서 랩은 스토리 중간마다 학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주요한 BGM으로 등장한다. 이 랩들은 촬영이 모두 끝난 후 쓰인 것으로, 박정민은 ‘사바하’ 촬영이 끝나고 지친 몸으로 ‘변산’ 속 학수를 소환해 또다시 ‘래퍼’에 ‘빙의’해야만 했다. 이미 학수를 지웠다 다시 데려온 탓인지, 이준익 감독의 평가는 짜기만 했다고. 박정민은 “촬영 때는 감독님이 랩에 퇴짜를 놓으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촬영이 다 끝나고 쓴 랩에는 자꾸만 ‘이거 아닌데’라고 하시더라. ‘사바하’ 촬영 갔다와서 밤새서 랩을 쓰면 ‘이거 아닌데’라고 하시니까 나중에는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 웃으며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가수 분들을 정말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Oh!커피 한 잔③에서 이어집니다.)/mari@osen.co.kr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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