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겁 없었죠"
도전은 사람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든다. 이학주(28)에게 지난 9년이 그랬다. 2008년 충암고 졸업 후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은 뒤 2010년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돼 이적했다. 당시 정상급 유망주로 평가받으며 차근 차근 빅리그를 향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이학주는 당시에 대해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정말 겁이 없었던 것 같다. 미국 야구를 접해보지 않았던 만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도전했던 것 같다"라며 "미국 선수들이 정말 체격과 힘에서 압도적으로 좋은 만큼, 나는 차별되게 스피드와 순발력으로 가자는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40인 로스터에도 포함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으며 이학주의 도전도 빛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 트리플A 경기 중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고, 결국 메이저리그 승격이 좌절됐다. "부상이 없었다면 아마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 번쯤을 밟지 않았을까 싶다"고 운을 뗀 이학주는 "부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부족했다. 실력이 안돼서 못 올라간 것"이라며 "좀 더 천천히 올라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욕심히 과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2015년 시즌 종료 후 탬파베이에서 방출된 이학주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계속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지 아니면 한국이나 일본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결국 이학주는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맺었다. 이학주는 "계속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지 일본으로 넘어갈 지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밝히며 "그때 포기했다면 도망가는 것 같아 겁쟁이로 보일 것 같았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끝내 이학주는 빅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완벽하게 미국 무대를 접고 돌아온 이학주는 지난해 일본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플러스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 들어갔다. 한국 복귀를 준비할 수 있었지만, 기본기를 중시하고 좀 더 야구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일본에서 좀 더 몸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이학주의 설명이었다.
일본 생활은 길지는 않았다. 전반기만 뛴 뒤 지난해 7월 다시 한국에 돌아온 이학주는 본격적으로 한국 정착을 꿈꾸며 몸을 만들었다.
길었던 해외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이학주는 지난 도전의 시간들이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학주는 "미국에서는 인간 관계 중요성과 사람을 존중하고는 것을 배웠다. 야구라는 것이 팀 운동인 만큼, 팀 메이트와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음식을 먹는 방법도 익히게 됐고, 아직 더 보강 중이지만 힘을 쓰는 방법도 배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야구 외적이지만, 영어도 많이 배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짧았던 일본 생활 역시 이학주에게는 야구 선수로서의 중요한 시간이 됐다. 그는 "정말 그동안 기본기를 잊고 야구를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본기를 많이 중시해 많이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학주는 "그동안 좀 더 간절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지난 일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