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에 민간 외교인 겸 만능 방송인 알베르토가 있다.
3일 오전 방송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직업의 섬세한 세계'에 이탈리아에서 온 방송인 알베르토가 나왔다. 박명수는 "몸이 10개도 모자란 전성기 시절 제 별명은 10개 직업을 가진 남자 십잡새였다. 알베르토는 이탈리안 십잡새"라고 소개했다.
최근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는 박명수는 "기가막히고 아름답더라. 그런데 넌 왜 여기서 사니?"라고 물었다. 알베르토는 "아내 때문에 그렇다. 중국 유학 중 아내를 만났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따라왔다. 그리고 이탈리아 여행과 사는 건 다르다"며 미소 지었다.

알베르토는 대표적인 친한파 방송인이다. 그는 "이탈리아는 여유롭지만 서비스는 한국 만큼 못한다. 인터넷을 설치하려면 1~2주일 걸린다. 제일 대박은 음식 배달 서비스다. 이탈리아에서 피자를 시키면 샤워하고 30분 뒤에 온다. 한국에서는 샤워 중에 도착했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23살 때 한국인 여자 친구를 보려고 한국에 넘어온 알베르토다. 그는 "중국 유학 후 이탈리아에 돌아가서 공부했는데 여자 친구가 보고 싶더라. 화상통화하다가 23살 때 한국에 왔다. 한국에 대한 아무 기대가 없었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으니까"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한국 오니까 자연은 너무 아름다운데 도시는 실망했다. 속초로 들어와서 춘천에 6개월 있다가 서울로 왔다. 그래도 서울에 왔을 때 좋았다 처음엔. 한국이랑 이탈리아랑 비슷한 게 많다. 대학생 때 독일에 3개월 살았는데옆 나라인데도 너무 힘들었다. 안 맞아서. 그런데 한국은 음식도 국민성도 잘 맞았다"고 미소 지었다.
수입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었다. 알베르토는 "일 많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왔다갔다 한다. 1년에 한 번 아내랑 아들이랑 선물 사가지고 이탈리아 다녀올 수 있을 정도다"라고 답했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바람둥이"라는 속설에 대해선 "사람마다 다르다. 일반화 시킬 수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알베르토는 방송인 겸 축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가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떨어졌다. 온 국민이 화가 났던데. 축구 얘기를 아예 안 하더라"는 박명수의 질문을 받고 "월드컵이 없는 것처럼 지내고 있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이어 그는 "독일전 어떻게 봤냐"는 물음에 "월드컵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 독일은 선수 컨디션 별로 안 좋았고 뢰브 감독이 12년 동안 감독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예측하기 쉬웠다. 독일 선수들은 상대방 평가를 제대로 못했다. 멕시코, 스웨덴, 한국은 이기기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건 신태용 감독님이 월드컵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경기마다 전술이 바뀌었는데 독일전에 완벽한 전술이 나왔다. 일찍 발견했으면 좋았을 텐데 자주 전술이 바뀌니까 선수들 감이 안 잡히고 쉽지 않았을 거다. 스웨덴 비기거나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다. 독일전에서 본 한국 팀이 쭉 갔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알베르토는 낯선 한국에서 주한이탈리아 대사관 인턴십을 시작으로 한국 조세연구원 대외협력팀에서 근무했고 맥주 회사와 자동차 회사에서도 근무한 엘리트다. 이탈리아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스페인어까지 5개 국어에 능통한 수재다.
특히 그는 이탈리아 현지에 한국 이슈를 전하는 민간 외교관으로 양국을 끈끈하게 이어주고 있다. 알베르토는 "작년에 북한 이슈가 돼서 이탈리아 기자랑 연락해서 여기 상황을 알려줬다.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당연히 내가 할 일이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탈리아인이기에 2002년 월드컵을 얘기 안 할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는 당시 1:2로 연장전에서 한국에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알베르토는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엄청난 실망이었다"는 말로 16년 전을 떠올렸다.
그는 "휴게소에 아르바이트 했을 때라 경기를 못 봤다. 경기 봤으면 아마 한국에 안 왔을 것 같다. 경기에서 져서 한국이나 역전골 넣은 안정환 선수를 욕하는 게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랑 모레노 심판 욕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현재 알베르토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탈리아에서 온 그는 한국에서 따뜻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박명수의 라디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