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라면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해당 선수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만한 실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깨에 걸리는 부담감은 어쩔 수 없다. 그 부담감을 이겨낸 선수들만이 슈퍼스타로 발돋움한다.
SK에서는 최정(31)과 제이미 로맥(32)이 가장 큰 기대를 받는 타자들이다. 2년 연속 홈런왕에 빛나는 최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SK의 간판타자다. 오랜 기간 리그에서 꾸준하면서도 뛰어난 성적을 냈다. 외국인 타자로 기본적인 기대치가 큰 로맥도 올해 폭발적인 타격을 선보이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6월은 썩 좋지 않았다. 홈런 페이스야 그럭저럭 유지했지만, 타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5월 23경기 타율이 2할1푼8리까지 떨어진 최정은 6월 18경기에서도 타율 2할6푼7리에 머물렀다. “5월에 바닥을 찍고 6월에는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다소 무색해졌다. 5월 31일까지 타율이 3할6푼5리였던 로맥은 6월이 끝날 때 3할1푼3리까지 수직 낙하했다.

타격 매커니즘이 다소 흔들린 점도 있었고, 5월까지 계속 경기에 나가다보니 6월부터는 체력적인 부담이 조금씩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심리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는 것이 구단 안팎의 지적이다. 수많은 몸에 맞는 공 여파가 지속된 최정은 몸보다는 마음이 더 아팠다. 로맥은 5월까지 쌓아온 타율을 유지하려 너무 애쓴 결과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실제 최정은 유인구에 방망이가 너무 자주 나가는, 최정이 슬럼프를 겪을 때 나타나는 모습이 예년에 비해 길게 이어졌다. 떨어지는 타율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 정경배 SK 타격코치의 이야기다. 로맥 또한 막상 올려놓은 타율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다보니 타석에서 필요 이상으로 신중해지고, 결국 패스트볼 대처가 늦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이러한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힐만 감독은 “최정은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선수다. 그러나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본인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이 타격에 지장을 줬을 것”이라면서 “로맥의 경우 필요 이상으로 타구를 만들어가려는 모습이 있었다. 스윙 선택을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실 힐만 감독이 이야기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이미 코칭스태프, 그리고 팀 동료들에게 숱하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듣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였으면 세상 모든 야구 선수들의 슬럼프는 길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반환점이 필요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최근 경기에서 그 감을 찾았다.
최정은 3일 고척 넥센전에서 기분 전환을 확실히 했다. 최근 공이 뜨지 않고 구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최정은 이날 두 번이나 담장을 넘기며 홈런 부문 단독 선두를 탈환했다. 첫 번째 홈런이 기폭제였다. 타이밍이 잘 맞은 편은 아니었지만 최정 특유의 힘과 경쾌한 팔로스윙이 홈런을 만들어냈다. 정경배 코치가 끊임없이 강조한 그 장면이었다. 그렇게 한 번 손맛을 본 최정의 두 번째 홈런은 더 좋은 타이밍에서, 더 좋은 타격으로 만들어졌다.
로맥도 6월 30일 LG전 끝내기 홈런에 이어 3일 넥센전에서 두 경기 연속 대포를 터뜨렸다. 사실 30일 홈런은 그렇게 좋은 타이밍에서 맞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힘으로 이를 이겨냈다. 우측 펜스까지의 거리가 짧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특성까지 등에 업고 극적인 끝내기 3점 홈런으로 이어졌다. 너무 신중하지 않아도, 일단 맞으면 담장 근처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법했다. 로맥은 3일 경기에서는 해커를 상대로 완벽한 스윙을 선보이며 가운데 담장을 총알같이 넘기는 홈런을 터뜨렸다.
“어차피 시즌이 끝날 때쯤 3할의 타율은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타율에는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는 주위의 이야기에 최정은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반문하곤 했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신분인 로맥은 “타격 전 지표에서 발전하는 것이 과제”라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하지만 지난 2경기에서 두 선수가 보여준 스윙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좀 더 자신들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