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드오프 노수광(28)은 매 경기를 전쟁처럼 사는 선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 그의 유니폼은 항상 세탁이 곤란할 정도로 망가져 있곤 하다.
워낙 성실한 선수고, 노력도 많이 하는 선수다. 그 사전 배경이 되는 고민의 깊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물론, 손혁 투수코치까지 “우리 팀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선수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안 되는 것은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근성도 있다. 말 그대로 만족을 모르는 스타일이다. 육성선수로 입단해 한 팀의 주전 리드오프로 자리 잡은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그런 노수광은 올해 데뷔 후 최고 성적을 예감케 하고 있다. 노수광은 3일까지 77경기에 나가 타율 3할2푼4리, 3홈런, 24타점, 11도루를 기록 중이다. 리드오프의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인 출루율도 3할8푼5리에 이른다. 타율과 출루율 모두 개인 최고다. 규정타석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타율은 5월 3할2리, 6월 3할4푼1리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작년에 트레이드 된 이후 정말 많은 성장을 했다. 그리고 지금도 성장 중인 선수”라면서 “리드오프 역할을 하기 위해 강하게 때려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내 생각에는 그럴 필요는 없다. 가지고 있는 스윙을 하면서 자신감 있게 타석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트레이드 결과도 상당 부분 바꿔놓고 있다. SK 팬들은 KIA 이적 후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한 이명기(31)를 아까워하던 시절도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노수광의 올 시즌 활약은 “중견수 수비가 되는 리드오프감을 얻었다”는 SK의 당시 트레이드 자평과 상당 부분 부합한다. 아직 20대 후반의 나이까지 고려하면 노수광은 SK의 트레이드 성과를 배불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노수광은 모처럼 4할 출루율 리드오프를 기대케 한다. 노수광은 6월 들어 가진 24경기에서 20경기에나 안타 1개 이상을 기록했다.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4경기 중에서도 3경기에서는 사사구를 골랐다. 24경기 중 23경기에서나 출루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타율에 비해 볼넷이 다소 적은 기분이 있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노수광의 볼넷 비율은 지난해 5.4%에서 올해 6.5%로 올랐다.
장타율보다는 항상 출루율이 문제였던 SK에서 2010년 이후 4할 출루율을 달성한 선수는 몇 없다. 최정이 네 차례(2011·2013·2016·2017) 기록했고, 이재원이 2014년, 지금은 은퇴한 이호준이 2012년 기록한 바 있다. 당연히 리드오프로 4할 출루율을 찍은 선수는 없었다. 고민으로 무장한 노수광이 이에 진지하게 도전할 발판을 만들었다. 노수광이 고민하는 만큼, 반대로 SK의 고민은 사라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