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명한 감독 대신 능력 있는 감독이 최우선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선임위 소위원회를 열어 대표팀 감독에 대한 논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신태용 감독의 거취 문제와 후임 감독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김판곤 감독선임위 위원장을 필두로 감독선임위(최진철 프로연맹 경기위원장, 노상래 전 전남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 박건하 전 서울이랜드 감독, 김영찬 대한체육회 훈련기획부장, 영국인 축구 칼럼니스트 스티브 프라이스 씨)는 지난 U-23 대표팀에서 김봉길 감독의 해임과 김학범 감독의 선임을 결정한 바 있다.

장시간의 논의 결과 감독선임위는 신태용 감독의 재계약이나 이별 중 하나를 택하는 것 대신 감독 후보 중 하나로 경쟁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신 감독에 대한 평가는 분명 어려웠다. 16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완전히 실패한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경쟁을 펼치자는 의견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이 나왔다"고 판단의 배경을 밝혔다.
앞서 한국이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에게 관심이 있다고 알려져 큰 화제가 됐다.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대표팀, 첼시 등에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광저우 헝다를 이끌며 아시아 축구 경험도 있다.
'빅네임'의 등장에 축구 팬들은 열광했다. OSEN 취재 결과 익명을 요구한 스콜라리 측 관계자는 이미 축구협회에 스콜라리 감독이 제안을 했고 협회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판곤 위원장은 '유명세'보다는 '능력'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이 성인 대표팀 감독을 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후보군들이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다. 공식적인 감독 구인 광고를 내지도 않았지만 지원자가 속출했다. 그동안 축구협회에 감독을 추천했던 KAM도 10명 이상의 감독 이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커리어가 위기에 빠졌거나 마지막 마무리를 원하는 감독이라는 점이다. '유명세'는 넘치지만 현재 '능력'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 후보자가 많다. 한국 대표팀이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유명한 감독과 함께 몰락할 수도 있다.

재야의 능력 있는 감독을 찾아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다. 이제 대표팀은 다가오는 1월 아시안컵을 위해 최대한 빨리 새 체제를 갖춰야 한다. 6개월도 남지 않은 만큼 감독 선입 작업에 가속도를 붙여야만 한다. 유명세가 있으면 어디 까지나 최우선 조건은 '능력'이 되야 한다.
김판곤 위원장은 다음 국대 감독을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 대회에 어울리는 감독을 찾겠다. 최소한 월드컵 예선 통과 경험이나 대륙컵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이 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리그에서 우승경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추구하고자 하는 축구 철학은 능동적인 경기로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를 추구한다. 능동적인 축구 스타일은 팀 전체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체력과 기술은 기본이다"고 덧붙였다.
선임위원회는 외국인이나 내국인으로 선을 긋지 않고 최대한 적합한 후보를 찾기 위해 힘쓸 것을 약속했다.이제 선임위원회는 수 차례 회의를 걸쳐 지원자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제대로 '유능'한 감독 찾기에 나선다.
신태용 감독 역시 후보군들과 경쟁할 기회를 얻었다. 10개월 간의 여정에서 공과 과가 공존했던 그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아 명예 회복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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