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각 구단은 팀당 2명씩 외국인 선수를 운용해왔다. 2014년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늘어나게 돼 10개 구단 모두 외국인 타자 1명씩 보유중이다. 전반기 종료를 앞둔 이 시점에 외국인 타자 농사에 성공한 구단을 살펴봤다.
한화와 SK가 외국인 타자 덕을 가장 많이 봤다. 일본 무대에 진출한 윌린 로사리오 대신 한국땅을 밟은 한화의 제라드 호잉의 활약은 눈부시다. 9일 현재 타율 3할1푼9리(317타수 101안타) 21홈런 75타점 53득점으로 한화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때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는 "20홈런만 쳐도 만족"이었다. 하지만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한용덕 감독은 "호잉이 홈런도 많이 쳤지만 그것도 대부분 중요할 때 해줬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이기도. 득점권 타율 3할5푼4리에 이를 만큼 찬스에 강하다. 공격력만 뛰어난 로사리오와 달리 수비와 주루 부문에서도 팀 공헌도가 높다. 8차례 보살을 기록했고 13도루로 이용규(21개)에 이어 팀내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에 데뷔한 로맥은 파괴력은 뛰어난 반면 정확성은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다. 올 시즌 확 달라진 모습이다. 타율 3할1푼8리(308타수 98안타) 28홈런 66타점 58득점으로 SK의 대포 군단을 이끈다. 로맥은 팀의 고질병이었던 4번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했다는 숨은 공로가 있다. 여기에 역시 수비 활용성이 좋다. 1루는 물론 외야와 3루도 맡아보며 트레이 힐만 감독의 라인업 운신폭을 넓힌다.

로저 버나디나(KIA)와 다린 러프(삼성)는 지난해에 이어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버나디나는 5월 타율 2할6푼7리(60타수 16안타)로 다소 부침을 보였으나 지난달 타율 3할4푼5리(87타수 30안타)로 제 모습을 되찾았다. 23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이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러프가 빠진 삼성 타선은 상상 불가. 지난해 타점 1위에 등극했던 그는 올 시즌에도 타율 3할2푼4리(315타수 102안타) 19홈런 75타점 60득점으로 4번 타자의 위용을 마음껏 과시중이다.
지난해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은 KT 멜 로하스 주니어 또한 타율 2할8푼5리(340타수 97안타) 21홈런 59타점 55득점 9도루로 순항중이다. 지난 5일 수원 삼성전서 시즌 20호 아치를 그리며 구단 역대 4번째 20홈런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지난달 타율 2할3푼9리(88타수 21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으나 이달 들어 타율 3할9푼1리(23타수 9안타)를 기록하는 등 후반기 맹활약을 예고했다.

롯데 앤디 번즈는 5월까지만 해도 계륵과 같은 존재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타율 3할8푼5리(96타수 37안타) 12홈런 28타점의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김재환, 세스 후랭코프(이상 두산)와 함께 KBO리그 월간 MVP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넥센 마이클 초이스와 NC 재비어 스크럭스의 성적은 기대보다 실망에 가깝다. 초이스는 타율 2할6푼1리(303타수 79안타) 14홈런 53타점에 불과하다. 지난해 30홈런 100타점을 돌파한 스크럭스는 타율 2할6푼2리(294타수 77안타) 16홈런 53타점으로 위압감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두산과 LG는 외국인 타자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지미 파레디스(두산)는 부진의 늪에 허덕이며 올 시즌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퇴출 통보를 받았다. 두산은 류현진(LA 다저스)의 동료로 잘 알려진 스캇 반 슬라이크를 영입해 완전체 타선을 구축했다. LG의 아도니스 가르시아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전력에서 벗어난 지 오래. 부상 회복 후 퓨처스 경기에 뛰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단계다. 전반기 복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what@osen.co.kr
[사진] 제라드 호잉-제이미 로맥-앤디 번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