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함무라비' 성동일은 끝까지 연기 신이었다. 마지막까지 눈물과 웃음을 한데 안기며 천생 배우의 모습을 선보였다.
16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미스함무라비'에서는 박차오름(고아라 분), 임바른(김명수 분), 한세상(성동일 분)이 함께한 민사 44부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자비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 살해 혐의에도 무혐의 선고를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한세상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 재판을 앞두고 법복을 벗기로 결심했다.

한세상은 판결을 내리기 전 박차오름과 임바른 앞에서 재판정을 떠날 것임을 알렸고,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자신을 지켜준 한세상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눈물을 쏟았다. 한세상은 "부족한 인간이 너무 오래 이 자리에 버티고 있었구나 싶었다. 반짝이는 후배들 발목을 잡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라 말하며 안녕을 고했다.
이후 한세상은 수석부장(안내상 분)을 찾아가 후배들을 잘 지켜달라고 남몰래 부탁했다. 그는 ""임판사와 박판사를 지켜달라. 그 친구들이 미래다. 미안하지만 나와 수석부장은 과거다. 세월이 흐르는걸 어쩌겠나. 과거가 미래에게 양보하는게 선배 아니겠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앞서 한세상은 성희롱을 일삼던 성공충(차순배 분)에게 맞대응한 박차오름이 징계 위기에 처하자, 수석부장 앞에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냐. 조직을 위한다는 핑계로 후배들을 희생시키냐. 높은 곳에 우아하게 앉아서 점잖은 척 하면 그게 다냐"라고 소리치며 수석부장을 각성시켰다. 이후 한세상은 정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수석부장을 찾아가 후배들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재판정을 떠나는 한세상의 모습은 말 그대로 시청자의 눈물 버튼이었다. 재판정을 떠나기 전 배심원이자 주권자인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법원에서 고락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 눈물 지으며 인사를 나누는 그의 모습은 더없이 후련해보여 눈물을 더했다. 이도연(이엘리야 분)은 한세상을 중심으로 한 민사44부 이야기를 드라마 각본으로 써내려갔다.

'미스함무라비'는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 에필로그 형식으로 뒤따라붙은 영상에서는 과거 학생이었던 박차오름의 도서관 자리를 빼앗은 인물이 고시생이었던 한세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웃음을 전했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의 타박을 받으며 자리를 옮기던 한세상은 무심코 떨어트린 책을 다시 주워 읽던 중 고시에 합격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알아내는 모습으로 재차 모두를 폭소케 했다.
이렇듯 성동일은 정의를 위해, 또 자라나는 후배를 위해 기꺼이 법복을 벗을 수 있는 진정한 판사 한세상을 완벽히 연기한 데 이어, 에필로그를 통해 망가지기를 두려워 않으며 콩트 연기를 재차 선보이는 것으로 시청자의 감탄과 호평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 성동일은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미스 함무라비’를 함께 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됐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이 ‘미스 함무라비’를 사랑해주셨던 이유도 같지 않을까. 한세상을 통해 이 세상을 바라봤던 시간이 의미 있고 소중했다. 오래도록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을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한세상을 연기하며 진짜 어른의 품격을 보여준 성동일은 매회 뭉클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다. /jeewonjeong@osen.co.kr
[사진] 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