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회(37·두산)가 팀의 맏형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김승회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팀 간 6차전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김승회의 등판은 예정보다 빠르고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5회말 1사에 이용찬에 이어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강률이 공 두 개로 이닝을 끝낸 뒤 6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공을 채는 과정에서 오른손 엄지 손톱이 들리는 부상을 당했고, 김승회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갑작스러운 등판이었지만, 김승회는 이형종(좌익수 뜬공)-이천웅(3루수 땅볼)-박용택(중견수 뜬공)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7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용의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가르시아와 채은성을 뜬공으로 잡았다. 오지환을 고의 4구로 출루시키며 주자가 늘었다. 이어서 정상호 타석에서 3볼-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김승회는 결정구로 커브를 던졌다. 무릎 부근에서 형성된 공에 구심은 삼진을 콜 동작을 하다가 급하게 멈췄다. 구심은 볼넷을 선언했고, 삼진인 줄 알았던 김승회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다가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다.
다소 김이 샐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승회는 흔들림없이 대타로 나온 서상우를 1루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실점없이 이닝을 끝냈다.
김승회가 급한 불을 끈 가운데 두산은 6회와 7회 각각 2점과 1점을 뽑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연장으로 흐른 승부 속 연장 12회초 추가 점수를 뽑아내면서 승리를 잡았다.
경기를 마치고 김승회는 "그 때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은 못했는데, 몸을 풀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심판의 삼진 콜 상황에 대해서 그는 "어차피 운이라고 생각했다. 판정에 신경쓰기보다는 다음에 더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음 타자를 상대했다"고 덧붙였다.
김승회는 전날(19일) 3-1로 앞선 8회초 2사 주자 1루에 마운드에 올라와 1⅔이닝 동안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8회말 두산 타선은 4점을 더했고, 두산은 7-1 승리를 거뒀다. 김승회는 롯데 시절이었던 2015년 4월 22일 광주 KIA전 이후 1048일 만에 세이브를 올렸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는 데뷔 때부터 처음이다.
모처럼 세이브. 그러나 김승회는 "올해에는 개인 기록 등은 크게 쓰지 않는다. 또 어제는 우리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준 덕분에 편하게 던질 수도 있었다"라며 "점수를 안준 것이 가장 기쁘다. 그것만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무더운 날씨에 공을 던져 힘들 법도 했지만 "많이 던져서 힘든 것은 없다. 다만 땀이 많은 체질이라 땀을 많이 흘려서 조금 집중이 떨어질 때가 있는 것이 문제"라고 웃었다.
김승회는 평소에 "내 역할은 후배들이 더 편안한 상황에서 공을 던지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역시 그는 "원래 (김)강률이가 나서는 상황이지만 갑작스럽게 내려갔다.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 상관없이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뒷바라지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의 나이에도 경기에 나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행복하다"라며 "하루하루 공을 던질 수 있어서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