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와 배우 이동욱, 조승우가 뭉친 '라이프'가 새로운 의학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23일 서울 강남 임피리얼팰리스 셀레나홀에서 열린 JTBC 새 월화드라마 '라이프'(극본 이수연/ 연출 홍종찬 임현욱) 제작발표회에는 홍종찬 PD를 비롯해 배우 이동욱, 조승우, 원진아, 유재명, 문소리, 이규형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라이프'는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항원항체 반응처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충돌하는 의학 드라마다. 웰메이드 드라마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와 '디어 마이 프렌즈', '명불허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을 연출한 홍종찬 PD가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욱이 '도깨비'로 한류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힌 이동욱이 2년여 만에 선택한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조승우, 유재명, 이규형이 '비밀의 숲' 이후 이수연 작가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바.

먼저 이동욱과 조승우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각각 "제가 맡은 예진우 역은 보통의 의사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니고 대단한 걸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아니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대명제를 마음속에 간직한 의사다. 그러다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병원을 지켜야 된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고 성장하는 캐릭터다", "제가 맡은 구승효 역은 병원의 총괄 사장이다. 매번 적자만 있는 대학병원의 빚을 없애기 위해 투입된 사람으로, 상국그룹에 충성을 다하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해 이해를 도왔다.
특히 조승우는 "승효는 병원에서도 뭔가를 배워가기 때문에 변화하는 모습이 있을 거다. 초반에는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재수 없는 캐릭터라 극혐이다. 그게 뒤로 가면 어떻게 될지 시청자분들께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완전히 나쁜 놈은 아닌 것 같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에서 그룹과 병원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동욱은 '라이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고 감독님의 너그러운 성품, 그리고 함께 연기를 하는 배우분들을 보고 선택하게 됐다. '도깨비'에서의 저승사자는 죽은 사람을 데려가는 거고 이번 '라이프'에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거라 정반대 느낌이다. 전작은 판타지였는데 이번엔 아주 현실적인 내용이라 끌렸다"고 밝히며 "이수연 작가님은 '비밀의 숲'으로 백상예술대상을 받으셨다. 제가 무슨 말을 하겠나. 이번에도 좋은 글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이동욱은 조승우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극 중에서 항상 대립한다. 노려보거나 곁눈질을 하거나 그런다.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편하다. 형이 현장에서 부드럽게 포용해줘서 즐겁게 촬영 중이다. 눈빛 전환이 어려울 정도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조승우는 "연기하는 내내 이동욱을 바라보다가 너무 노려봐서 눈알이 빠지는 줄 알았다. 그 외적으로는 항상 호흡이 좋다. 안정적이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 배우다. 다만 키가 너무 커서 고개가 좀 아팠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이동욱은 "형이 이렇게 말씀하시면 전 '연기를 거인같이 하면서 무슨 소리냐'고 말씀드린다. 요즘 저희 유행어다"라고 거들어 다시 한 번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이처럼 남다른 기대를 받고 있는 '라이프'는 전설의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수연 작가의 전작인 '비밀의 숲'과 같은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도 안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홍종찬 PD는 "사실 제가 '하연거탑'을 다 보지 못했다. 일본 드라마는 봤지만 국내 드라마는 전부 시청을 못해서 그거에 대한 비교는 말씀을 못 드릴 것 같다. 다만 작가님의 글 자체가 기존의 드라마를 쓰는 방식과는 워낙 다른 구성이다. 그것 자체로 새로웠고 여기 출연하는 배우들, 캐릭터가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게 저희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갈등과 대립이 무의미하지 않기에, 그 과정에 의미가 있을 거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비밀의 숲'에 출연한 적 있는 유재명, 조승우 역시 각각 "차별화보다 두 작품의 매력을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 배우는 대본을 읽고 해석하고 연기하는 게 직업인데 작가님의 대본을 읽다 보면 인물들이 외롭다는 걸 느낀다. 그런데 이 사람의 결핍이 이상하지 않고 나름의 신념이 있고 그것들이 충돌하는 점이 기존 작품에서 겪어보지 못한 황홀감을 주고 또 배우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라이프'에서도 '비밀의 숲'에서와 같이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이 나온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 될 거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끝으로 이동욱은 "한 번에 눈에 안 들어온다. 처음엔 '왜 그럴까' 싶은데 대본을 보다 보면 점점 풀리는 방식이다. 그게 이수연 작가님 글의 매력인 것 같고 사실 연기하는 감정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 걸 보는 점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면서 "'하얀거탑'은 한 인물을 따라간다면 저희는 한 시스템을 파고드는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자세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라이프'만의 강점에 쐐기를 박았다.
이처럼 탄탄한 대본, 세심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새로운 의학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한 '라이프'. 최강의 배우들과 제작진이 뭉쳐 자신감을 드러낸 이 작품이 과연 '하얀거탑', '비밀의 숲' 이상의 호평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라이프'는 '미스 함무라비' 후속으로 오늘(23일) 밤 11시 첫 방송된다. / nahee@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