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프로골프(KPGA)가 위상을 높이지는 못할 망정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지난 23일 끝난 2018 골든블루 GTOUR 투어 상반기 챔피언십 대회. 스크린(1라운드)과 필드(2라운드)를 접목해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이색적인 컨셉트로 주목을 받았다.
1라운드는 전날인 22일 대전 조이마루에서, 2라운드는 이날 경기도 안성의 골프존카운티 안성Q에서 각각 치른 뒤 이틀 합계로 순위를 정했다.

이 대회가 주목을 받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2라운드 필드 대회는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에서 직접 경기를 주관, 필드 규정과 동일하게 진행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GTOUR는 골프존이 만든 스크린 프로투어다. 세계 최고 스포츠 콘텐츠를 목표로 지난 2012년부터 6년째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정식 투어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KPGA의 승인을 받는다는 것은 곧 GTOUR의 격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였다.
그런데 4명씩 구성되는 조편성에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전날 심관우, 순범준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있던 박태석이 챔피언조에서 제외된 것이다. 전날 순위를 살펴보면 순범준, 심관우, 박태석 3명이 공동 1위에 올랐고 공동 4위는 최민욱, 김민석2, 김홍택 3명이 차지했다. 공동 7위는 이대건, 민덕기, 김경민, 피희태, 금동호, 이군순 6명이 형성했다.
KPGA 규정대로라면 박태석은 당연히 심관우, 순범준과 함께 챔피언조에 있고 최민욱, 김민석2, 김홍택 중 한 명이 챔피언조에 포함돼야 했다. 동점자 백카운트 방식을 적용하면 김민석2가 챔피언조에 오르는 것이 맞다.
이에 KPGA 관계자는 "주최사, 방송쪽과 이야기가 됐다. 우승 회수를 먼저 고려했다. 선수의 요청도 있었다.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이런 면들을 고려해서 경기위원회가 결정한 사항이다. 방송을 위해 스크린에서 잘 치는 선수가 필드에서도 성적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GTOUR에서 박태석은 무명이다. 하지만 김홍택, 최민욱은 각각 통산 6승과 9승을 거두고 있다. 김홍택의 경우는 필드 대회 우승 경험도 있다. 주최사인 골프존과 방송사에서는 당연히 '그림'이 되는 쪽을 선호했다. 박태석 스스로도 골프존 측에 필드 대회에 대한 부담을 호소, 챔피언조에서 스스로 빠지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를 진행한 김태연 KPGA 경기위원장 역시 "이벤트 형식의 대회라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규정도 따로 있지 않다. KPGA 코리안투어 경기위원회는 조편성을 알아서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벤트성에 불과하고 조편성까지 입맛 따라 할 대회였다면 굳이 KPGA의 인증까지 받을 필요가 있었나 하는 궁금증이 든다. 'KPGA에서 직접 경기를 주관, 필드 규정과 동일하게 진행한다'고 홍보할 필요도 없었다.
더구나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오는 8월 16일부터 경상남도 양산시 통도 파인이스트C.C에서 열리는 'KPGA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 부산오픈' 출전권까지 걸려 있었다. '한낱 이벤트성 대회' 우승자가 권위있는 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셈이다.
또 주최측이나 방송사야 더 좋은 장면을 위해 조편성을 제안할 수 있다지만 남자골프의 규범이 돼야 할 단체인 KPGA가 이를 고민 없이 수락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를 통해 GTOUR를 한층 격상된 프로투어로 확장하고 싶었던 골프존의 명예에도 금이 갔다. 첫 KPGA 인증 대회에 좋지 않은 선례로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한 골프 관계자는 "선수가 원한다고 조편성을 변경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정말 KPGA가 그걸 승락했다면 결국 골프존 대회를 우습게 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 KPGA 스스로 위상을 훼손한 것은 물론 파트너의 이미지까지 함께 실추시킨 꼴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KPGA 운영팀 관계자는 "조편성은 경기위원회의 소관이 맞다. 조편성과 관련해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4라운드 대회의 경우 마지막날은 성적대로 조편성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왔다. 조편성을 마음대로 한 것은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letmeout@osen.co.kr
[사진] 우승을 차지한 심관우. /골프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