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자격 증명’ 박종훈, 거인 린드블럼 다시 깰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7.24 14: 00

“가문의 영광이죠”
SK 잠수함 박종훈(27)은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명단에 당당히 승선했다. 대만 타자들이 까다로워하는 옆구리 유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리그에서 가장 낮은 타점에서 공을 던지는 박종훈은 처음 보는 타자들이 매우 고전하는 유형이다. 제풀에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단기전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유형이다.
박종훈은 대표팀 승선을 '가문의 영광'이라며 반겼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이 있었다. “내가 대표팀에 들어갈 만한 자격이 있을까”라는 마음이었다. 사실 리그에는 박종훈보다 더 좋은 투구를 펼친 투수가 몇 없었다. 그럼에도 태극마크 새내기인 박종훈은 그 자격지심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은 매우 좋다. 성공적으로 자신의 자격을 입증 중이다.

대표팀 투수들이 선발 뒤 오히려 성적이 추락하는 바람에 우려를 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박종훈은 반대다. 오히려 대표팀 선발 후 성적이 더 좋아진 몇 안 되는 투수다. 최근 5경기 성적만 놓고 봐도 박종훈은 3승1패 평균자책점 2.79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제구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고, 공격적인 승부로 상대 타선을 정면 돌파한다. 최근에는 6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경기도 부쩍 늘었다.
박종훈은 “대표팀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털어 놓는다. 이제는 어느 정도 증명이 된 셈이다. 대만전에 반드시 필요한 카드라는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10승에 도전한다. 2년 연속 10승 도전이다. 정통 언더핸드 투수가 사라지고, 선발로 뛰는 투수는 더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징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 리그 최강 화력을 자랑하는 두산이 박종훈의 24일 상대다. 두산을 상대로 고전한 기억도 적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상대 선발은 에이스 카드인 조쉬 린드블럼이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12승에 평균자책점 2점대(2.74)를 기록 중인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다. 객관적인 평가상 린드블럼과 두산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리뷰다.
그런데 박종훈은 린드블럼과의 맞상대에서 유독 힘을 냈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 박종훈은 린드블럼과 네 차례 맞붙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50의 좋은 성적을 냈다. 롯데전에 비교적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린드블럼(4경기 ERA 3.56)보다 더 좋은 투구로 팀의 대등한 승부를 이끌었다.
물론 이제는 상대 팀이 바뀌었다. 롯데가 아닌 두산이다. 당시 롯데도 타선이 약한 팀은 아니었지만, 지금 두산은 절정의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린드블럼도 당시보다 더 좋은 투구다. 그러나 SK도 인천에서 경기를 하고, 린드블럼은 인천에서 SK의 장타에 고전한 경우가 적지 않다. 린드블럼의 SK전 통산 12경기 평균자책점은 4.81로 자신의 평균보다 떨어진다. SK 타선도 나름대로 린드블럼 공략의 노하우가 있다는 의미다.
박종훈이 다시 한 번 린드블럼을 상대로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는다면, 대표팀 자격에 대한 논란은 완전히 종지부를 찍을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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