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두산과 LG는 닮은꼴 걱정거리가 있다.
좌완 선발 장원준(33·두산)과 차우찬(31·LG)의 극심한 부진이다. 두 투수는 나란히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선두 두산과 4위 LG의 대응책은 상이하다. 두산은 장원준을 불펜으로 돌려 부담을 덜어주면서 구위 회복에 나섰다. LG는 차우찬이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스스로 헤쳐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 얼마나 부진한가

장원준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3승 6패 평균자책점 10.48을 기록 중이다. 5월 이후로는 고작 1승을 추가했고, 7경기 연속 4실점 이상을 기록했다. 4실점 1경기를 제외하곤 6경기는 모두 6실점 이상 대량 실점이었다. '8년 연속 10승 투수'의 위용이 사라졌다. 2015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FA 계약, 12승-15승-14승을 거두며 우승 청부사로 맹활약했지만, 올 시즌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차우찬도 비슷하다. 올 시즌 20경기에서 7승 8패 평균자책점 6.17을 기록 중이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27명 중 평균자책점 최하위다. QS를 9경기 기록했으나, 6실점 이상도 9경기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5월과 6월에는 잘 던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7월 들어 4경기 연속 6실점 이상 내주고 있다. 그리하여 7월 4경기에서 총 28실점, 평균자책점이 무려 13.75다.
# 불안한 시즌 출발
두 투수 모두 시즌에 앞서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원준이가 지금까지 많이 던졌다. 시즌을 시작할 때 몸도 조금 안 좋았다"며 어느 정도 부진을 예상했다. 시즌 초반에는 구속이 조금 올라오지 않았다. 던질수록 구위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는 달랐다.
차우찬도 지난해 막판 팔꿈치 상태가 조금 안 좋았고,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훈련 과정이 늦어졌다. 시범경기 때 훈련량을 끌어올려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만 거르고 3월말 시즌 첫 등판을 했다. 당시 차우찬은 "5월말이 되면 100% 몸 상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 불펜 전환 vs 선발 고수
장원준이 지난 21일 LG전에서 2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되자, 다음 날 김태형 감독은 "당분간 장원준을 불펜으로 기용한다"고 밝혔다. "패전처리도 괜찮다"며 장원준이 먼저 불펜행을 자청했다. 불펜에서 편안한 상황에서 부담없이 던지면서 공에 자신감을 찾게 하기로 했다.
장원준은 24일 SK전에 불펜으로 등판했다. 그러나 편안한 상황이 아닌 1-2로 뒤진 7회 1사 1,2루로 위기 순간이었다. 좌타자 한동민 상대로 원포인트 릴리프. 장원준은 3볼에서 풀카운트까지 갔지만, 결국 볼넷을 허용했다. 박빙 상황에서 첫 불펜 등판은 깔끔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에 대해 "특별히 몸이 아픈 것은 없다. 공 스피드가 조금 안 나온다"며 "좋아지지 않겠나. 잘 던져주길 기대해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24일 삼성 상대로 4⅔이닝 4피안타 6볼넷 6실점으로 또 대량 실점했다. 지난해 LG 이적 후 1경기에서 볼넷 6개를 허용한 것은 처음이다.
직구 구속이 최고 142km에 그쳤다. 구위가 좋았을 때보다 4~5km 느리다.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최고 구속도 130km였다. 변화구 역시 평소보다 2~3km 느린 구속이다.
두산은 이영하 등 젊은 임시 선발 자원이 있어서 장원준을 불펜이나 2군으로 내려보낼 여력이 있다. 전반기 2번이나 2군을 갔다온 장원준을 이번에는 불펜 처방을 내렸다. 앞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박빙에 나올 수도, 처음 얘기대로 승패 상관없는 편안한 상황에서 불펜으로 등판할 것이다.
반면 LG는 선발 자원에 여유가 없다. 전반기 손주영(3번), 임지섭(2번), 김영준(1번) 등이 임시 선발 기회를 잡았으나 모두 실망스러웠다. 현재 임지섭은 투구폼 수정, 김영준은 부상 중이다. "차우찬을 2군에 내릴 생각은 없다. 계속 선발로 던진다"고 말한 류중일 감독의 생각이 24일 부진으로 인해 달라질 지는 미지수다.
/orange@osen.co.kr [사진] 장원준-차우찬(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