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지난해 정규시즌을 5위로 마감했다. 6월까지는 승패차가 +11이었다. 그러나 이를 7~8월에 상당수 까먹었다. 7월 성적은 8승15패, 8월 성적은 12승13패로 모두 5할에 미치지 못했다.
근래 들어 여름에 약했던 SK다. 4~5월은 비교적 잘 나갔으나 6~8월 중 특정 시기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2017년도 이에 대해 구단 내부적으로 충분히 논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었다. SK는 5위로 간신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갔으나 한 경기 만에 탈락했다.
올해는 다르다. 성적뿐만 아니라 느낌 모두가 그렇다. SK는 3~4월을 20승10패로 마무리했다. 두산과 선두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5월 들어 10승13패로 처졌다. 예년에 비하면 위기가 조금 일찍 왔다. 하지만 예방 주사를 맞은 덕일까. 6월 13승10패1무로 반등에 성공하더니 구단이 매년 약세를 드러냈던 7월 10승6패를 기록하며 승패차를 오히려 +14로 만들었다. 여름에 더 벌고 있는 구조다.

힐만 감독의 관리 야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힐만 감독은 잘 나갔던 3~4월이나, 다소 주춤했던 5월이나 한결같이 여름을 내다보고 인내했다. 날이 더워지는 순간부터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까지가 승부처라는 생각이었다. 투수들의 3연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이닝과 투구수를 비교적 잘 조절했고, 6월 중순 이후로는 2군에서 베테랑들을 적절히 수혈하며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투수들은 6월 이후 4.17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7월 들어서는 평균자책점이 3.52까지 낮아졌다. 선발과 불펜 모두가 힘을 내고 있다. 타선도 7월 16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리그 2위)로 역시 성적이 괜찮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852다. 물론 득점권 상황에서의 정교함은 더 다듬어야겠으나 이 정도면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가져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힐만 감독은 지난해의 교훈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지난해는 아무래도 KBO 리그가 낯설 수밖에 없었다. 선수·코치를 거치며 리그에 20년 이상 적응된 지도자와 힐만 감독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SK 선수들의 특성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적잖이 걸렸다. 서류나 다른 코치들의 조언으로 듣는 SK와, 자신이 느끼는 SK의 여부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경기마다 꼬박꼬박 노트를 한 힐만 감독은 올해 7월이 작년과 다른 것에 대해 “첫 시즌을 보내면서 잘못됐던 부분이나 못했던 부분에서 교훈을 얻었다. 선수들의 성향이라든지, 성격을 관찰하면서 알 수 있게 됐고 여기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코치들이 모두 자신의 임무를 잘하고 있고, 특히 트레이닝 코치들이 컨디션 관리를 잘하고 있다. 덕분에 교체해야 할 상황에서도 효율적인 판단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여전히 “완벽할 수는 없고, 지금 상태가 완벽에 가깝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면서 “서로 대화하면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남은 일정을 헤쳐 나갈 생각임을 밝혔다.
힐만 감독은 최근 아낀 투수력을 바탕으로 좀 더 빨라진 교체, 상대 선발에 적합한 유기적인 타순 운영 등을 통해 지난해 보여주지 못했던 승부사의 기질까지 선보이고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워낙 좋고, 준비가 잘 된 상태에서 캠프를 시작했다. 훈련량과 시간은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좋은 영향이 있었다”고 말하는 힐만 감독은 이제 이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임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