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전환’ SK 수비, 대권 도전 마지막 퍼즐 맞추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7.25 14: 53

SK가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불펜과 수비 때문이었다. 그 중 수비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문제를 일으킨 고질병이었다.
왕조 시절 강한 수비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SK였다. 하지만 그 명성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오히려 “수비를 못 하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많은 실책, 특히 결정적인 순간 나온 실책이 그 이미지를 화려하게 색칠했다. 수비 범위도 점점 좁아지는 양상이었다. 방망이에는 재능을 갖춘 어린 선수들은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2군에 내려가기 일쑤였다. 세대교체가 원활하지 못한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SK의 수비력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SK 야수들은 올 시즌 59개의 실책을 범했다. 리그에서 롯데(7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다만 시점을 나눠보면 조금 다른 기록이 읽힌다. 5월 31일까지 53경기에서 41실책을 범하며 고개를 숙였던 SK 야수들은 6월 이후 40경기에서 단 18개만의 실책을 범하고 있다. 두산과 함께 리그 최소 실책이다.

물론 실책 개수가 팀 수비력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SK의 수비 범위가 넓다고는 할 수 없고, 어려운 타구에 도전하는 빈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에는 호수비로 투수들을 돕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고 있다.
특히 코너 내야를 지키는 1루수 로맥과 3루수 최정은 몇 차례 다이빙 캐치와 정확한 타구 판단을 바탕으로 한 호수비를 선보였다. 외야는 자타공인 리그 최강의 중견수 수비력을 갖춘 김강민이 가세한 뒤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양상이다.
SK는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수비 코치를 바꿨다. 코치를 바꾼 것이 기술적으로 아주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니다. 시즌 중 기술적 보완은 한계가 있다. 이는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강조하는 바다. 하지만 “수비의 분위기를 바꾸고자 했다”는 힐만 감독의 의도는 잘 맞아 떨어지는 분위기다.
24일 인천 두산전은 수비로 이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경기였다. 1회 2사 3루 실점 위기에서 김재환의 날카로운 타구는 로맥의 다이빙 캐치에 걸렸다. 사실상 잡을 확률이 희박한 타구였지만 로맥의 감각적인 수비에 걸렸다. 부상으로 빠지기는 했으나 최정도 직선타를 몸을 날려 처리하며 박종훈을 도왔다.
3-1로 앞선 9회 1사 1,3루 상황은 결정적이었다. 이우성의 타구가 3·유간으로 향했다. 유격수 박승욱이 잘 쫓아갔으나 마지막 순간 바운드가 튀어 옆구리 쪽으로 튀어 올랐다. 이를 몸으로 막아야 할지, 백핸드로 잡아야 할지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 할 상황에서 박승욱이 이를 잘 잡아 빠른 속도로 2루에 송구했다. 이를 막아내고 2루에서 아웃이 된 것만으로도 다행인 순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김성현이 다소 높은 송구를 잡아 그림 같은 연계 동작으로 1루에 강하게 송구, 병살타를 완성시키며 두산의 추격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었다. 2루에서의 피봇 플레이와 강한 어깨, 공을 빼는 속도에서 모두 김성현의 기본적인 수준을 느낄 수 있는 수비였다. 힐만 감독도 경기 후 이 수비를 가장 먼저 칭찬했다. 이런 수비가 이어진다면, 불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SK는 진짜 대권에 도전할 만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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