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최정(31·SK)이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엇비슷하게 달리고 있었던 두 선수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덧 박병호(32·넥센)가 백미러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최정은 2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4회 주루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했다. 검진 결과 근육에 2도 손상을 입어 앞으로 3주 정도는 결장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홈런왕 레이스 판도도 바뀌었다. 2년 연속 홈런왕인 최정은 올 시즌에도 낮은 타율과는 별개로 31번의 아치를 그리며 이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선두권에서 빠진 기억이 없다. 그러나 3주간 결장함에 따라 큰 손해가 불가피하다. KBO 리그 역사상 첫 3년 연속 40홈런 달성에도 악재가 끼었다.

반대로 김재환(30·두산)과 제이미 로맥(32·SK)은 경쟁자 하나가 사라진 셈이 됐다. 김재환은 최정과 같은 31개를 때렸고, 로맥도 25일 경기에서 하나를 추가함에 따라 리그에서 세 번째로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사실상 두 선수의 격차는 없다. 20개 초·중반대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도 더러 있으나, 현재 수치와 홈런 생산 능력을 보면 두 선수의 경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게 합리적인 전망이다.
두 선수 모두 홈런왕의 자격은 충분하다. 드넓은 잠실구장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길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인 김재환은 올해 생애 최고 페이스를 기록 중이다. 이미 2016년(37개), 2017년(35개)에 이어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달성했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이는 두산의 좌타자 역사를 다시 바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로맥도 힘 하나는 김재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엉덩이가 빠진 상황에서도 낮은 코스의 공을 걷어 올려 홈런을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에 투수들이 혀를 내두른다. 김재환과는 또 다른 매력의 사나이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로맥은 102경기에서 31개의 홈런을 기록해 이미 홈런 생산 능력은 충분히 검증이 됐다. 정확도까지 좋아진 올해는 40개 이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 그대로로 흘러가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이 경쟁에 끼어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눈여겨봐야 할 선수는 공동 4위인 박병호(넥센)다. 부상으로 70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24개의 홈런을 때렸다. ‘대표 홈런왕’의 위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불이 붙은 박병호의 홈런 레이스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이미 잘 알려진 바다. 몰아치기에 능한 한동민(SK·24개)도 발동이 걸리면 선두권을 바짝 추격할 수 있는 후보 중 하나. 한편으로는 최정이 3주의 공백을 이겨내고 막판 추격전에 나설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김재환(왼쪽)-로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