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들인 장원준(33·두산)과 차우찬(31·LG) 나란히 2군행 통보를 받았다. 현재까지 성적은 불명예에 가까운 가운데 결국 명예회복은 몸 상태에 달려있다.
두산과 LG는 25일 장원준과 차우찬을 나란히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두 선수 모두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올 시즌 부진을 겪었고, 조정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후퇴한다. 장원준은 시즌 15경기에서 3승6패 평균자책점 10.48을 기록하고 있다. 차우찬의 사정은 조금 낫지만, 20경기에서 7승8패 평균자책점 6.17이라는 성적은 납득하기 어렵다.
차우찬은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 류중일 LG 감독은 25일 “왼쪽 다리를 차는 데 불편함이 있다고 하더라. 근육 미세 손상이다. 오늘 병원을 가서 주사 치료를 받고 왔다. 일단 열흘 뒤에 복귀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차우찬과의 면담 결과를 전했다. 부상을 안고 뛰었고, 이 여파가 결국은 성적으로 연결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실제 24일 삼성전에서 차우찬은 뚜렷한 구속 저하를 보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25일 “재정비의 시간을 주려고 한다. 한 번 올려봤는데 불펜으로 뛰는 것은 그림이 좋지 않더라. 2군서 공을 계속 던지게 하면서 상황을 보겠다. 복귀 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복귀하면 선발로 쓰겠다”면서 장원준의 2군 조정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몸 상태의 문제다. 차우찬은 시즌 전 100% 컨디션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고관절 쪽의 문제를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장원준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분명 원인이 있었다. 이를 이겨내려고 했는데 어쨌든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었다”면서 “불편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장원준은 리그가 공인하는 꾸준함의 상징이다.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세 자릿수 이닝을 던졌다. 차우찬도 최근 3년간 모두 150이닝 이상을 던졌다. 장원준처럼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은 아니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마당쇠 임무를 해 체력적 소모는 만만치 않았다. 두 선수는 대표팀에도 자주 호출돼 체력적 소모가 더 컸던 선수들이다. 그 후유증이 올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성적으로 시즌이 끝나면 상상하기 어려운 불명예도 찾아온다. 현재까지 116⅔이닝을 던진 차우찬은 어쨌거나 규정이닝 소화 가능성이 높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역대 좌완투수 중 가장 좋지 않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1982년 삼미의 감사용으로 6.46이다. 차우찬이 그 다음이다.
61이닝을 던진 장원준은 규정이닝 소화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로 한정하면 현재 수치는 역사상 최악의 평균자책점이다. 이전은 2014년 노경은(두산)으로 당시 29경기에서 109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9.03을 기록했다. 장원준의 성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말해준다. 명예회복의 실마리는 결국 건강한 신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장원준(왼쪽)-차우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