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간'이 제작발표회의 소란을 잊게 만들 정도로 몰입도가 엄청난 첫 방송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25일 오후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시간'에서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망나니 재벌2세 천수호(김정현 분)와 불의의 사건으로 동생을 잃은 설지현(서현 분), 그리고 이들과 위험한 악연으로 엮인 신민석(김준한 분), 은채아(황승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천수호는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재벌2세였다. 집안에서 받은 멸시 때문에 천수호는 비뚤어졌고, 그는 어디서든 소리를 지르는 갑질 회장 아들이 되어 있었다. 그런 천수호의 자동차를 잘못 안내한 주차안내원 설지현은 화를 내는 천수호를 달래기 위해 무릎까지 꿇어야 했다.

설지현이 무릎을 꿇는 영상은 SNS에 '갑질 영상'으로 퍼졌고, 천수호는 또 다시 사고를 친 셈이 됐다. 천수호는 설지현을 찾아갔으나,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자신이 뇌종양으로 6개월 밖에 못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천수호는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망치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홧김에 가문 때문에 약혼녀가 된 은채아를 도발하기 위해 술집 여자를 부르고 그 자리에 은채아를 불렀다. 그 술집 여자가 알고 보니 설지현의 동생 설지은(윤지원 분). 1억의 빚을 지고 도망간 엄마를 대신해 돈을 벌고자 했던 설지현은 술 취해 잠든 천수호 대신 은채아를 맞이했다. 은채아는 그런 설지현에게 돈을 뿌리며 모욕했고, 설지현은 이 돈을 주우러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익사했다.
설지은의 사망으로 복잡하게 엮인 천수호와 설지현, 그리고 은채아. 거기에 설지현의 남자친구이자 천수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기업의 변호사로 근무하고, 은채아가 설지은 사망 사건에 연루됐다는 걸 눈치 챈 신민석까지 복잡한 인연 고리를 만들었다. 첫 방송에서는 이들이 한데 얽히게 되는 하룻밤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올렸다.

'시간'은 첫 방송에서 1시간 동안 천수호, 설지현의 전사, 그리고 운명의 폭풍에 신민석, 은채아가 휘말려드는 과정까지 녹여냈다. 2013년 폭풍 같은 멜로로 극찬 받은 드라마 '비밀'의 최호철 작가가 새롭게 내놓은 신작다운 힘 있는 필력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빠른 시간 안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흡인력을 만들어낸 연출 또한 호평받을 만 했다.
이번 드라마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일단 배우로서는 신인인 김정현과 서현이 주연으로 나서기 때문에 생긴 우려도 컸다. 거기에 제작발표회에서 김정현이 무표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더욱 걱정의 시선이 커졌다. "역할에 몰입해 벌인 실수"라는 김정현의 해명에도 논란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해명 중 하나였던 "1회를 보면 아실 것"이라는 말처럼, '시간' 속 김정현과 서현은 처음부터 숨막히는 극단으로 치달아야만 했다. 그런 상황이 김정현의 무표정 논란에 완전한 면죄부가 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연기와 드라마만큼은 선입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시청자들의 호평도 예상 외다. "첫 방송부터 폭풍 같았다"며 '시간'을 뜻밖의 기대작이라고 평가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크다. 김정현의 태도 논란을 잊게 만들 만큼의 몰입도를 보인 '시간'. 이들이 과연 앞으로 지금의 호평을 이어갈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 yjh0304@osen.co.kr
[사진] '시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