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모션] “지키고 있을게!” 기회 기다린 최항, 이제는 형을 기다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7.26 10: 28

SK 내야수 최항(24)의 경기 전 일과는 분주하다.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와 다른 신진급 야수들과 수비 훈련부터 한다. 선배들보다 훈련 시간이 길다.
그라운드에 나가 실전처럼 훈련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쪽에서 자세를 비롯한 기본기 훈련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다 선배들의 타격 훈련이 끝나면 방망이를 잡는다. 번트 훈련 등은 기본이다. 그렇게 한참의 훈련 시간이 끝나면 그라운드 정비를 돕는 것도 최항의 몫이다. 최항은 시즌이 시작된 뒤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그 과정을 거르지 않았다.
그에 비해서는 출전 시간이 적었을지 모른다. 발전된 2루 수비, 날카로운 타격을 종종 선보였으나 경기에 나가 있는 시간보다는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때로는 “실전 감각을 잃지 않을까”, “차라리 2군에서 경기에 많이 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항은 선배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눈과 가슴에 담으며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간 갈고 닦은 기량을 보여줄 시기가 왔다.
최항은 최근 주축 내야수들의 체력 안배차 선발로 나서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나갈 때마다 좋은 활약으로 트레이 힐만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24일과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대활약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24일에는 쐐기 솔로포를 터뜨렸고, 25일에는 2타점 적시타와 두 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활짝 웃었다.
아무리 1군이라고 해도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처지기 마련이다. 이를 잘 버티며 자신의 기량을 유지하는 것도 신진급 선수가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다만 최항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최항은 “버텼다기보다는 항상 준비를 하고 이었다. 감독님께서 ‘언제 나갈지 모르니 그에 대비해 항상 100%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을 항상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출전 빈도가 늘어나면서 각오도 새롭게 다지고 있다. 최항은 “계속 나가는 형들에 비해 체력도 많이 비축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좀 더 백업으로 나갔을 때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패기를 드러내면서 “어떤 점을 보여주기 보다는 상황별로 해내야 하는 것 같다. 지금 (팀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수비나 공격, 작전이나 주루 모든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최항의 출전 시간은 맏형이자 팀의 간판인 최정(31)의 부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정은 24일 인천 두산전에서 주루 플레이 중 왼쪽 허벅지 근육을 다쳐 3주 정도 결장할 예정이다. 25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해 회복 치료를 받는다. 당분간은 우상이자, 멘토인 형과 함께 할 수 없다. 1·2·3루 포지션 소화가 모두 가능한 최항의 출전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허전함은 남는다.
그러나 최항은 언제나 그랬듯이 형이 잘 일어설 것이라 믿고 있다. 든든한 버팀목이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지금까지 기회를 기다린 자세로 이제는 형을 기다린다. 최항은 “나나 팀이나 잘 지키고 있을 테니까 좋은 컨디션으로 돌아와서 최정답게 폭발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형이 돌아올 때쯤, 더 강한 동생이 되어 있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나왔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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