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경기 승리했을 뿐이고, 책임감이 생긴다."
길었던 침묵에서 깨어났다. 다시 승리 투수가 되기까지 330일. 약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3)이 6전 7기 끝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박세웅은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로 팀의 13-1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박세웅은 올 시즌 자신의 최다 이닝과 함께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투구를 펼쳤다.
경기 후 만난 박세웅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드러내듯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지난해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던 박세웅이었다. 그러나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시작이 늦었고 돌아온 뒤에도 6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제구와 구위 모두 지난해 같지 않았다.
하지만 박세웅은 7번째 등판 만에 마침내 첫 승을 따냈다. 박세웅은 경기 후 "후련한 것보다는 그래도 다행히 한 경기 이겼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는 말로 첫 승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이어 "성적 안좋아서 고민 많이 했고 언제 좋아질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빨리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잘 안돼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오늘은 좋은 성적이 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세웅의 속구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찍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60%까지 끌어올렸다. 주 무기 포크볼(6개) 대신 슬라이더(38개)와 커브(14개)를 던진 것이 주효했다. 지난 2015년 KT와의 트레이드 당시 함께 롯데로 건너온 동갑내기 배터리 안중열의 도움 덕분이었다. 박세웅은 "오늘은 (안)중열이가 포크볼 사인을 잘 안냈다. 예전보다 포크볼이 좋지 않다고 느꼈던 것 같다"면서 "나 스스로도 지난해보다 포크볼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이날 투구 패턴에 대해 밝혔다.
박세웅이 다시금 일어설 수 있던 원동력이는 호흡을 맞추는 포수들의 도움이 컸다고. 박세웅은 "중열이와 (나)종덕이가 많이 도와줬다. 포수들 자신들도 많이 힘들텐데 평소에도 옆에 와서 자신감을 많이 불어 넣어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포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해보다 구속이 안 나오는 것 같다는 우려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팔꿈치 역시 이제는 건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팔꿈치는 전혀 아프지 않다. 구속도 신경을 전혀 안 쓰기 때문에 알아서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른 시기에 에이스의 중책을 떠안게 된 박세웅이다. 올 시즌 중반에 복귀했지만, 그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조원우 감독은 박세웅을 후반기 키 포인트로 꼽았다. 그 역시도 책임감을 갖고, 더 신경을 쓰면서 남은 등판들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그는 "감독님께서 후반기 키포인트로 꼽은 부분에 대해 부담보다는 책임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면서도 "다음 경기에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하지만 야구가 쉽지 않은 것을 느꼈는데 더 신경 쓰려고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두가 기다렸던 승리이자 호투였다. 조원우 감독은 "승리만 하면 다시 잘 풀릴 것 같다"는 말로 박세웅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그 첫 승이 나왔다. 박세웅은 뒤늦은 시작이지만 순항을 펼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