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게 언니 혹은 여동생이 생긴다면?"
외동이거나 오빠·남동생을 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이다. 살다 보면 부모님이나 남자 형제, 친구들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생기기 때문. 언니·여동생과는 수다만 떨어도 힐링이 되는 그런 고민들 말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갈망을 캐치, 동성 스타들의 만남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선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한채영·예리(채리 커플), 효연·휘인(연인 커플), 선미·슬기(선슬 커플)의 워맨스로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JTBC4 예능 '비밀언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특히 '비밀언니'는 예측할 수 없는 언니·여동생의 조합, 한 침대 속에서 이뤄지는 진심 어린 대화 등 여성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세심한 장치와 감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 이에 최근 OSEN은 '비밀언니'의 메인 PD와 작가를 만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파격 동침 미션"..'비밀언니' 신개념 여성 리얼리티의 등장
'비밀언니'는 정글 같은 연예계 생활로 고민이 많은 동생과 그와 같은 고민을 겪어 온 언니가 한 침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우정을 쌓아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동성 간의 우정'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 탄생 배경에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처음에는 단순히 '언니'라는 키워드로 시작했어요. 제게도 언니가 있는데 언니가 주는 힘이 남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언니는 인생의 선배라 의지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누며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요. 또 언니라는 존재는 완전한 내 편이라 연예계 생활을 홀로 버티는 친구들에게 그런 내 편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여성들만의 세계를 보여드리고 싶었죠."(박소정 PD)

"전 외동이라 그동안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실제로도 친한 언니들에게 조언을 받은 적이 많고요. 아마 저 같은 외동이나 장녀들은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거예요. 이러한 바람들을 충족시켜주면 좋을 것 같아 '비밀언니'와 함께하게 됐어요."(오정 작가)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언니에게 마음속 깊이 숨겨놨던 고민을 털어놓기는 힘든 게 사실. 이에 제작진은 출연진들에게 한 침대에서 자야 하는 동침 미션을 부여하거나 그들이 촬영이라고 느낄 수 없도록 카메라를 숨겨 놓는 등 자신들의 개입을 최소화해 편안한 '비밀언니'만의 색을 완성했다.
"저희는 개입을 많이 안 해요. 두 분이 관계를 형성할 때 모니터룸에서 지켜보는 편이죠. 그래서 카메라가 꽤 많이 설치돼 있고요. 동침 미션은 침대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친밀한 공간이고 짧은 시간에 가장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정하게 됐어요. 저희의 개입을 최소화한 대신 출연진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친해질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은 거죠."(박소정 PD)
"맞아요. 저희는 '너희들끼리 잘 지내. 우리는 기술적으로만 지켜볼게'라는 생각으로 출연진들은 풀어놓고 있어요. 대신 침대로 가기까지 이행해야 하는 몇 가지 '비밀 리스트'를 적어놓죠. 그게 저희의 대본이에요. 보통 '1박 2일 동안 얼마나 친해지겠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희의 비밀 리스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고요. 제작진이 이 리스트를 직접 실험해 본적도 있어요. (참여자는) 저랑 '비밀언니' 막내작가였는데 만난 지 3일 만에 1박2일을 함께 보내게 됐죠. 워낙 연차 차이가 나는 선후배 사이라 엄청난 친밀감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그때 했던 이야기가 지금 피어서 좀 더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줬어요.(웃음)"(오정 작가)
◆"섭외의 실마리는"..'비밀언니' 이색 꿀조합 탄생 비하인드

'비밀언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이 프로그램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출연진들의 독특한 조합일 것이다. 한채영·예리, 효연·휘인, 선미·슬기의 만남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에 OSEN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세 자매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그리고 이 화려한 출연진의 섭외 과정은 어땠는지에 대해 물었다.
"언니·여동생 조합은 '언니가 필요한 사람이 누구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어요. 그래서 외동이나 언니가 없는 친구들이 1순위가 됐고요. 물론 언니들도 여동생이 없는 분들 위주로 생각했죠. 그런 다음 그동안 특별히 방송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분들로 떠올렸고, 프로그램 속에서 10대, 20대, 30대를 대표할 수 있는 연령대로 섭외했어요."(박소정 PD)
"그런 의미에서 레드벨벳 예리·슬기는 둘 다 자매가 없었어요. 처음 두 사람을 만났을 때 재능이 무궁무진해서 '이렇게 재능이 많은데 왜 여태까지 방송에서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까?'라고 놀랄 정도였죠. 이 친구들의 장점을 언니들이 더 이끌어내주길 바랐어요. 그래서 한채영·예리, 선미·슬기 조합이 탄생했죠. 특히 선미는 처음 출연을 제안했을 때 '여성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망해도 상관없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무조건 출연하겠다'라고 해준 말이 기억에 남아요. 참 힘이 되는 말이었거든요. 효연·휘인의 조합은 효연 언니의 흥에 어울릴 만한 분을 찾다보니 휘인 씨가 낙점된 케이스에요."(오정 작가)
"'비밀언니' 섭외의 실마리는 한채영 언니 덕분에 풀렸어요. 물꼬를 터준 분이죠. 한채영 언니가 섭외되고 나서 하나둘씩 그림이 그려졌거든요. 이런 조합을 만들 때 뭔가를 가르쳐 준다기 보다 친구 같은 언니, 내 이야기에 공감해줄 언니,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언니의 모습을 생각한 것 같아요. 사실 출연진들은 첫 촬영 전까지 상대가 누구인지 몰라 걱정들을 많이 했어요.(웃음)"(박소정 PD)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nahee@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비밀언니'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