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30HR’ 로맥, 위기 딛고 일어선 대성공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7.28 08: 02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2)은 2017년 7월 ‘위기의 남자’였다. 팀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했지만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엄청난 힘과는 별개로 타율이 1할9푼2리밖에 되지 않았다. 구단의 인내심도 서서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KBO 리그 투수들은 바깥쪽에는 쉽게 방망이가 나오지 않는 로맥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5월 11일 첫 경기에 나선 뒤 5월 7홈런, 6월 6홈런을 기록한 로맥은 컨택에서 계속 문제를 드러낸 끝에 7월 23일에는 타율이 1할8푼2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때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타격폼과 어프로치에 대한 수정을 조심스레 제안했고, 퇴출 위기에 몰린 로맥은 더 이상 자기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이게 1년 전 이맘때 일이다.
그렇게 한 차례 2군에 내려가 조정을 했다. 자존심이 강한 타자이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추락은 퇴출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바깥쪽 공을 공략하기 위해 타격폼과 생각도 조금 수정했다. 그 한 번의 2군행, 시간으로 보면 보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은 어쩌면 로맥의 인생을 바꿨다. 이제는 아무도 로맥을 퇴출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12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극적인 재계약에 이른 로맥은 올해 KBO 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27일까지 93경기에서 타율 3할2푼6리, 31홈런, 7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41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리그 공동 선두, OPS는 리그 3위다. 장타율(0.631)만 좋은 것이 아니라 출루율(.410)에서도 리그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전형적인 거포 유형임을 고려하면 타율과 출루율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7월 25일 인천 두산전에서는 홈런을 터뜨려 지난해(31홈런)에 이어 2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 타자 역사상 두 시즌 이상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로맥을 포함해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우즈가 네 차례 30홈런 플러스 시즌을 만들었고, 그 외에는 테임즈(3회), 나바로, 스미스, 로사리오, 호세, 데이비스 정도만이 이뤄낸 대업이었다. 로맥의 성공 신화를 실감할 수 있는 자료다.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로맥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타격이 조금 되지 않을 때는 자신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잘 맞지 않을 때는 방망이를 짧게 쥐기도 하는 등 생존을 위한 남모를 몸부림을 계속하기도 한다. 그 결과 올해는 아주 긴 슬럼프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생애 첫 홈런왕을 향한 진군도 이어진다. 다양한 수비 포지션 소화도 로맥의 가치 중 하나다.
26일에는 기록도 세웠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 좌측 상단의 그린존을 직격하는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는 무려 140m였다. 이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 역사상 가장 큰 홈런이기도 했다. 로맥의 무자비한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로맥은 이 소식을 듣자 “상금이 있나?”라고 농담을 던지며 환하게 웃었다. 1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미소는, 모든 것이 달라졌음을 증명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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