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효조 전 삼성 퓨처스 감독은 생전에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 생활을 하는 선수는 칭송받아야 한다. 어릴 적 자신이 응원했던 선수를 나이가 들어서도 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며 "뛰어난 실력 뿐만 아니라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는 뜻이다. 그 선수가 잘하든 못하든 그라운드에 서 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권오준은 삼성의 대표적인 원클럽맨이다. 1999년 데뷔 후 19년간 삼성에서만 뛰었다. 2006년 홀드 1위(32개)에 등극하는 등 지키는 야구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던 권오준은 세 차례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도 보란듯이 1군 마운드에 다시 오르며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데뷔 첫 FA 자격을 얻은 권오준은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동안 그라운드 안팎에서 권오준이 보여준 투지와 공헌도는 물론 베테랑으로서 영향력을 고려했다. 그가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을 수 있도록 교감을 지속해왔고 2년간 총액 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은 권오준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전성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지며 감동을 자아낸다.
권오준은 28일 대구 KIA전서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24일 두산전 이후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중인 권오준은 3-2로 앞선 8회 2사 1,3루 위기 상황을 막아내는 등 1⅓이닝 무실점(1피안타 1볼넷 4탈삼진)으로 1점차 승리를 지켰다. 2010년 6월 12일 대구 넥센전 이후 2968일 만의 세이브.
권오준은 경기 후 "오랜만에 세이브를 거둔 것보다 세이브 상황에서 반드시 막아내야겠다고 생각했고 좋은 결과를 거두게 돼 기쁘다.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 코치님께서 오늘 경기를 앞두고 세이브 상황이 되면 귀띔해주셔서 일찌감치 준비했었다. 중요한 상황에서 승리를 거뒀는데 동료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도 더운 날씨 속에서 잘 싸워주고 있어 고맙다. 개인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승리에 더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정말 힘들겠지만 신나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한수 감독은 "권오준이 정말 베테랑답게 던졌다. 권오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타 선수들의 활약보다 시련을 딛고 재기한 베테랑 선수들의 투혼이 주는 감동이 더 크다. 권오준의 2968일 만의 세이브 달성은 감동 가득한 드라마와 같았다. /삼성 담당 기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