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피치' 손승락, 일시적 변화인가 영구적 진화일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7.30 08: 00

일시적인 변화 노선을 선택한 것 뿐일까, 영구적인 진화를 꾀하는 것일까.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손승락(36)은 단순한 구종만 구사하면서 리그를 롱런하고 있는 대표적인 투수였다. 빠른 속구와 예리한 커터의 조합으로 리그를 호령하는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고, 속구와 커터는 손승락을 지금의 위상으로 만들어 놓은 그의 분신과도 같았다. 그러나 올 시즌 손승락의 속구-커터 조합은 그의 자존심에 금이 가게 만든 원흉이기도 했다. 
올 시즌 35경기 1승4패 13세이브 6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4.89은 분명 손승락과 어울리는 기록이 아니다. 단순한 구종으로 인해 상대 타자들이 노림수를 좁혀 오는 것은 한 두 해의 일이 아니었고 언제나 손승락은 이를 구위와 제구로 이겨냈다. 

그러나 속구와 커터의 구위, 제구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정타 비율은 높아졌고 블론세이브 비중, 그리고 팀과 손승락이 얻는 생채기는 점점 커져갔다. 불펜 투수에게 확실하지 않은 구종들을 여러개 구사하는 것은 권장사항은 아니었지만, 부진의 늪을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손승락을 향한 구종 추가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올 시즌 중반 연속 블론세이브를 범한 뒤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뒤 포크볼을 장착하고 돌아온 그였다. 던질 수 없는 구종이 아니라 던지지 않던 구종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포크볼 장착했음에도 손승락은 속구-커터의 기존 조합을 포기하지 않았다. 손승락의 변화는 잠시 뿐인 듯 했다. 부진은 여전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고척 넥센전에서 다시 한 번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11-7, 4점 차로 앞선 9회말 등판해 3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깔끔한 삼자범퇴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구종 조합이었다. 10개의 공을 던지며 속구 6개, 커브 4개를 구사했다. 포크볼에 이어 커브를 새로운 구종으로 보여줬다. 포크볼과 마찬가지로 던질 수 있지만 던지지 않던 구종임을 확인했다. 심지어 박병호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는 커브가 결정구였다. 세이브 상황이 아닌 여유 있는 상황이었기에 커브라는 구종을 테스트해 본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 상황. 
그리고 이튿날인 29일, 손승락은 더 이상 테스트가 아닌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듯 했다.  4-3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기록된 구종은 2개도, 3개도 아닌 총 4개였다. 속구, 커터, 커브, 포크볼. 1점 차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 없으면 던지지 않았던 구종들을 모두 던졌다. 
첫 타자 김하성을 상대로 초구 커브를 보여준 뒤 속구-커터 조합으로 2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자 박병호를 상대로는 속구 승부를 펼친 뒤 4구 째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2사 후 마이클 초이스에게도 초구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비록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김민성을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해 1점 차 상황을 지켜냈다. 
이날 넥센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지속될 지는 속단할 수 없다. 위기에 빠질 때마다 잠시 변화를 줬을 뿐 다시 자신이 패턴으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롯데 이적 이후 부진했던 첫 해, 손승락은 체인지업으로 잠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이내 속구-커터 조합을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의 역사로 봤을 때 현재 손승락의 '포-피치'가 일시적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록과 주위의 목소리는 구종의 다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구위와 제구가 완벽하지 않다면, 상대의 노림수를 흐트려 놓는 다양한 구종 구사가 해답으로 제시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커브와 포크볼도 경쟁력 있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구원 투수에게 4가지 구종은 충분한 무기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 변화다. 과연 손승락은 일시적 변화를 택한 것일지, 아니면 영구적인 진화를 향해 거듭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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