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다. 전국 시·도·군·구의 지자체 장들은 '민선 7기'로 선택을 받고 행정업무를 시작했다.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대한민국 프로스포츠에서 정치와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 자체가 전두환 정권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이었고, 현 시점도 정치의 이해관계에 프로야구는 휘둘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장 신축 문제다. 지방선거 철만 되면 구단의 연고지 지자체장들은 너나할 것 없이 구장 관련 공약을 들고 나왔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적인 두 도시가 바로 대전과 부산이었다. 한화가 홈으로 쓰고 있는 한밭종합운동장 내의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960년에 지어진 노령의 야구장이다. 부산도 이에 못지 않았다. 롯데의 홈인 부산 사직구장도 1985년에 개장했다. 모두 낙후된 구장 환경으로 인해 신구장이 필요했다.

▲가속 붙은 대전 신구장 논의
일단 대전은 최근 허태정 시장이 민선 7기 시장으로 부임한 뒤 신구장 논의에 급격한 가속을 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25일 첫 정례브리핑에서 한밭경기장 일대와 보문산을 연계한 '베이스볼 드림파크'로 명명하고 신구장 건축 계획을 밝혔다.
현재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옆 한밭종합운동장 부지가 새 야구장 건립 장소이다. 2024년까지 2만2000석 규모의 야구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비는 1360억 원. 시비 600억 원, 국비 300억 원, 민간 400억 원을 분담하는 형식이다.
오는 10월, '야구장 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해 야구장 현황을 분석하고 입지조건과 기본구상 타당성 여부, 경제성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대전은 민선정권이 바뀐 뒤 신구장에 대한 논의가 급격하게 진전됐다. 향후 용역 결과에 따라 신구장 건립의 재검토될 수도 있지만,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한화 구단과 대전 야구팬들은 반색했다.

▲적극적이던 부산시, 신구장 논의 정체현상?
그러나 부산시는 정 반대다. 역시 민선정권이 바뀐 부산시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신구장 논의가 활발했다. 오히려 대전시가 신구장에 미온적이었고 부산시가 적극적이었다.
부산시는 지난해 신구장 관련 용역을 실시한 뒤 공청회를 진행하면서 신구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부산시의 방향은 야구와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할 수 있고, 부산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돔구장의 건설이었고, 삿포로 돔 관계자들을 초청해 다목적 돔의 활용도를 강조했다. 지난 3월 말에는 신축 방향에 대한 최종 용역의 결과로 개폐형 돔구장을 선택했다.
다만, '민선 6기'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었다. '구도' 부산의 야구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이었다는 것. 돔구장 등 신구장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이러한 설왕설래는 어쩌면 당연했다.
결국 이러한 논의는 서병수 전 시장이 재선에 실패하고 오거돈 시장이 새롭게 부산시장으로 부임하면서 수그러든 듯 하다. 부산시의 현안이 다양하고, 오거돈 시장의 토목 관련 핵심 공약은 신구장이 아닌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었다. 신구장, 그리고 돔구장에 대한 논의는 쏙 들어갔다.
이제는 신구장에 대한 논의는 원점에서 새롭게 논의될 전망이다. 복합문화시설이자 랜드마크로 논의됐던 개폐형 돔구장 건설은 전임 시장의 치적 사업이었다.
이전 용역 결과도 '반쪽'이었다. 가장 중요한 부지 문제가 해결 되지 않았다. 현재 사직야구장 부지, 구덕운동장, 기장군 등 후보군들이 있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또한 롯데 구단 측은 개방형 야구장을 원했지만 사실상 시의 일방적인 결정이었고 재원 조달 문제도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용역 결과, 국비 650억 원, 시비 650억 원, 민간 자본 22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2200억 원을 모두 롯데가 부담해주기를 바란 눈치였다.

▲부산시, 북항 재개발 원점 입장…한국의 AT&T파크 꿈 다시?
다만, 한국의 'AT&T파크'를 꿈꾸며 부산 동구 소재 북항 재개발구역에 신구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다시 생기고 있는 상황. 오거돈 시장이 부임한 뒤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중심으로 한 북항 재개발 사업도 원점에서 재논의 될 눈치다.
최근 오거돈 시장측은 지역 언론과의 자리에서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오페라하우스 대신 야구장 신축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이미 롯데 그룹과 부산시, 그리고 북항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사이에 북항 부지에 신구장이 포함된 종합테마파크 건설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오간 바 있다.
그동안 롯데는 낙후된 사직구장의 환경 개선에 힘써왔다. 전광판 교체, 내야 흙, 잔디 교체, 조명탑 교체 및 내부 화장실 및 배관시설 리모델링, 외야 관중석 교체 등 롯데의 기부채납 형식으로 이뤄져 왔다. 롯데 구단 및 그룹도 논의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투자 의지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의 신구장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결국 부산시의 신구장 논의는 부지 선정부터 시작해서 개폐형 돔구장도, 개방형 야구장 등 건립 방향, 그리고 재원 조달의 문제까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잠깐 불타올랐을 뿐이다. 대전시가 가속을 내는 상황에서 부산시는 오히려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