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조정훈(롯데)은 1년 전 그때처럼 필승조에 진입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롯데 자이언츠 불펜진의 화두다.
롯데의 불펜진은 후반기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하고 있다.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 1위가 현재 롯데다.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필승조로 활약하던 오현택이 후반기 들어서 다소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후반기 7경기 평균자책점 10.38의 기록. 경기 수는 7경기지만 소화한 이닝은 4⅓이닝에 불과하다. 부상 이후 복귀 첫 시즌이었고 전반기부터 쉴 새 없이 마운드에 오르며 필승조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오현택만한 안정감을 보여준 투수도 드물었다.

오현택이 짊어졌던 무게를 이제는 다른 투수들이 나눠가져야 할 때다. 일단 마무리 손승락이 전반기 막판, 후반기 극초반의 부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양새다. 여기에 구승민의 신분이 필승조로 격상됐다. 후반기 들어서 구승민이 7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노경은이 마당쇠 역할을 하면서 4경기 평균자책점 2.08로 활약하고 있다. 진명호도 6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면서 필승조의 부담을 나눠질 수 있는 투수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엔트리에는 있지만 아직 언급이 되지 않은 투수가 있다. 바로 조정훈이다. 조정훈은 지난 20일, 올 시즌 두 번째로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첫 번째 1군 복귀에서는 아픔만 가득했다. 3경기에서 ⅔이닝 8자책점. 평균자책점은 108.00에 달했다. 결국 일주일 만에 다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한 달 넘게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올해 두 번째 1군 콜업. 이번에는 달랐다. 3경기에서 2⅔이닝 5탈삼진 평균자책점 0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 24일과 25일 사직 NC전에서는 연투를 펼치기도 했다. 첫 1군 콜업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직은 접전 상황에서의 투구 내용을 봐야 한다. 그러나 조정훈은 이미 지난해 후반기, 필승조 자리를 맡은 바 있다. 접전 상황의 긴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조정훈은 지난해 팀의 상승세를 견인했던 주역 중 한 명이다. 만약 조정훈이 지난해처럼 접전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롯데는 불펜진을 더욱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기존 투수들의 체력도 아낄 수 있을 터.
지난 26~28 고척 넥센전에서 오현택과 구승민은 3연투씩을 펼치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가는 상황에 직면했다. 만약 필승조 카드로 내밀 수 있는 투수가 한 명 더 있었더라면 롯데의 불펜진 운영도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조정훈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필승조로 자리 잡으면서 그 역할을 해줘야 하고, 롯데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롯데의 불펜진이다. 만약 조정훈이 필승조로 안착한다면 롯데 불펜진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들 마지막 방점이 될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