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액션만으로도 강력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한국형 첩보극이 탄생했다.
31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윤종빈 감독이 참석했다.
'공작'은 실제 활동했던 스파이 흑금성을 소재로 한 첩보극. 윤종빈 감독은 "다른 영화를 준비하면서 취재를 하다가 흑금성이라는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됐다. 너무 충격적이었고, 1차적으로 호기심이 갔다. 우리나라에 이런 스파이가 있었나, 정말 이런 일이 있었나 호기심으로 조사를 시작했다"며 "조사를 하면서 더 관심이 갔고 사실에 기반한 리얼한 첩보극을 만들고 싶었다. 흑금성에게 연락을 드렸지만 수감중이었고, 어렵게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에 대해 "윤종빈 감독은 이 1991년부터 2005년까지의 이야기를 2시간에 옮겨야 했다. 게다가 실화가 기반이라 난감했다. 그래서 제가 선택을 했던 하나의 기준점은 팩트에 집착하지 말고 영화의 내적 논리에 맞게 가자는 것이었다"고 사실보다 영화적 문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를 통해서 남과 북이라는 한반도의 비극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우리는 싸우고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첩보극을 지향하지만 '공작'에는 흔한 액션 장면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말과 상황으로만 긴장감을 높이는 첩보극 '공작'의 변주는 총과 칼보다 더 강력한 한방을 날린다. 윤종빈 감독은 "최근에는 첩보극이라고 하면 관객들이 '미션 임파서블'을 많이 떠오른다. 그런데 정반대의 지점으로 이 영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스파이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충분히 이야기가 주는 실화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굳이 액션을 첨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북으로 간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공작'은 북한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윤 감독은 "북한을 어떻게 재현하느냐가 제작진의 숙제였다. 왜 영화에 남파간첩만 있고 북파간첩만 있지 생각했는데 영화를 촬영하면서 제작비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북한 안에 들어가서 촬영 가능한 해외팀의 소스를 사서 합성도 했고, 세트장도 많이 지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황정민은 안기부의 스파이 흑금성 박석영 역을 맡았다. 황정민은 "대본을 받고 가장 먼저 '헐'이라는 생각을 했다. 90년대를 안 살아본 사람이 아닌데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나갔다는 것 자체가 제 스스로에게 창피했다. 저에게는 중요한 계기가 된 영화인 것 같았다"며 "만기출소 하시고 나서 지난해 5월 정도에 박채서 선생님(흑금성)을 만났다. 이 많은 역경과 고난을 묵묵히 잘 견딘 걸 보니 김정일 위원장과 독대를 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작'은 남과 북이 평화 분위기로 들어간 가운데 개봉하게 돼 눈길을 끈다. 안기부 해외기획실장 최학성 역을 맡은 조진웅은 "우리의 숙원이었고, 남북한이 평화롭게 통일이 된다는 건 모든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이다. 너무나 기쁘다. '공작'의 이야기가 남북 문제에 화두를 던지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 시나리오를 받을 때 굉장히 놀라고 창피했다"며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지금의 정서는 지지하고 좋은 결과를 학수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성민은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아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성민은 "잘 표현한다고 하기에는 미숙해서 늘 미숙했다. 잘 봐주시면 고맙다. 옆에 있었던 많은 스태프들, 감독님 덕분이다"라고 쑥스러워했다.

주지훈은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어 '공작'으로 여름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다. 특히 '아수라'에 이어 또 한 번 이성민과 호흡을 맞추게 된 주지훈은 "실제로 말씀을 잘 듣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이성민 선배님이 최적의 컨디션에서 연기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한편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mari@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