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총·칼보다 강한 말"…황정민X이성민 '공작', 韓 007의 탄생 (종합)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7.31 18: 32

'공작', 총과 칼보다 강력한 말의 힘을 보여주는 첩보극의 탄생이다. 
31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윤종빈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공작'은 실제 활동했던 안기부의 스파이 흑금성을 소재로 한 첩보극. 실화를 다룬 만큼 스타일리시한 액션보다는 영화적 문법으로 충실히 구현해 낸 한국의 현실이 더 큰 볼거리다. '공작'의 큰 줄기가 되는 것은 실제 남북 사이에서 벌어졌던 첩보전이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약 12년을 진득하게 그려낸 '공작'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각자의 생각을 가진 남북의 인물들을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윤종빈 감독은 실제 스파이였던 흑금성을 소재로 한 첩보극을 만든 것에 대해 "다른 영화를 준비하면서 취재를 하다가 흑금성이라는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됐다. 너무 충격적이었고, 1차적으로 호기심이 갔다. 우리나라에 이런 스파이가 있었나, 정말 이런 일이 있었나 호기심으로 조사를 시작했다"며 "조사를 하면서 더 관심이 갔고 사실에 기반한 리얼한 첩보극을 만들고 싶었다. 흑금성에게 연락을 드렸지만 수감중이었고, 어렵게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만큼 어려움도 컸다. 윤종빈 감독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의 이야기를 2시간에 옮겨야 했다. 게다가 실화가 기반이라 난감했다"며 "그래서 제가 선택을 했던 하나의 기준점은 팩트에 집착하지 말고 영화의 내적 논리에 맞게 가자는 것이었다"고 사실보다는 영화적 문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007', '미션 임파서블' 등 대작 외화의 영향으로 관객들은 첩보극이라고 하면 강렬하면서도 화려한 액션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작'에서는 그 흔한 액션 장면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총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발사되진 않는다. 총보다 더 '공작'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말이다. 서로에게 속고, 서로를 속이는 심리전 속에 북측의 집요한 의심과 이를 피하기 위한 흑금성의 대처는 물고 물리는 상황 속에 극한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윤종빈 감독은 "최근에는 첩보극이라고 하면 관객들이 '미션 임파서블'을 많이 떠올린다. 그런데 정반대의 지점으로 이 영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스파이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충분히 이야기가 주는 실화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굳이 액션을 첨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간 많은 영화에서 남으로 내려온 간첩을 다룬 것은 다수 있었지만 북파 간첩을 그린 적은 비교적 없었다. 윤종빈 감독은 철저한 고증을 기반으로 우리와 같은 민족이지만, 적국이며, 같은 말을 쓰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북한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윤 감독은 "북한을 어떻게 재현하느냐가 제작진의 숙제였다. 왜 영화에 남파간첩만 있고 북파간첩만 있지 생각했는데 영화를 촬영하면서 제작비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북한 안에 들어가서 촬영 가능한 해외팀의 소스를 사서 합성도 했고, 세트장도 많이 지었다"고 고충을 전했다.
황정민은 안기부의 스파이 흑금성 박석영 역을 맡아 처음부터 극을 묵직하게 이끈다. 남과 북의 가운데에서 혼재를 느끼는 박석영 캐릭터를 맡은 황정민은 '공작'을 '한국형 첩보물'로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다. 북의 외화벌이를 책임지는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은 이성민은 결 다른 연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안경 너머로 빛나는 날카로운 눈빛, 강인한 신념과 그 이상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로 변신한 이성민은 과연 칸이 반한 얼굴답다.
조진웅은 공작전을 기획하고 지시하는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 역을 맡아 열연한다. 스크린에서 쉼 없이 변신해온 조진웅은 이번에도 위압적인 존재감으로 '공작'을 장식한다. 주지훈은 북경 주재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을 맡았다. 때로는 고압적이고, 때로는 가벼운 인물을 능수능란하게 연기한 주지훈은 극을 쥐었다펴며 '공작'의 속도감을 담당한다. 
'007', '미션 임파서블'과는 다른 첩보극의 탄생이다. 말로도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한국형 첩보극의 진면목이다. 
한편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mari@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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