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트레이드 단골손님’이 된 SK가 또 한 번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나름대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은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가능한 움직임이다.
SK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31일 LG와의 1대1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우완 문광은(31)을 LG로 보내는 대신 내야수 강승호(24)를 영입했다. SK는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병역 의무를 마친 내야수 자원 보강을 고민하던 중 즉시 전력감 불펜투수가 필요한 LG 트윈스와 이해관계가 맞아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SK가 시동을 걸었다. 외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야가 취약한 SK는 당초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예상대로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그런 선수를 내줄 팀은 없었다. 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울 만한 선수를 물색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여기서 불펜이 급한 LG가 관심을 보였고, 며칠의 협상 끝에 강승호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구단 내부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인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고 기대를 거는 눈치다. 우선 영입한 강승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한 강승호는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청소년 대표팀에도 뽑히는 등 유망주였다. 2013년 LG의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을 정도였다. 여기에 경찰야구단에서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쳤다. 앞으로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이 없다.
지난 세 시즌 동안 1군 135경기에 나갔다. 올해는 팀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LG도 강승호의 잠재력에 적잖은 기대를 걸었다는 의미다. SK는 강승호가 유격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주전 2루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격적인 2루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공격적 잠재력에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담금질을 거쳐 유격수로 정착한다면 최고의 시나리오다.
SK 내야는 주축 선수들이 모두 서른을 넘긴 가운데 박승욱, 최항, 박성한 등이 1군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단계다. 2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다른 자원으로는 퓨처스팀(2군)의 안상현 최준우 등이 있다. 유서준 박계현 등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다만 박성한 안상현 최준우는 아직 미필이다. 일단 내야수 자원을 최대한 수집하고 내부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명분도 있었다. 올해 경쟁에서 밀려 1군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 문광은에게 길을 열어줬다. 문광은은 올해 퓨처스리그 19경기에서는 3승4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1군의 부름은 없었다. 선수도 지칠 법한 상황이었다.
염경엽 SK 단장은 강화SK퓨처스파크에 방문할 때마다 문광은을 격려했다. 활용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선발과 롱릴리프로도 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기회는 없었다. 염 단장은 “자리가 없는 선수들은 새 길을 열어주는 것이 야구 선배로서의 예의”라고 항상 강조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번 트레이드로 자신의 지론을 지켰다.
올해 1군 전력에 합류하지 못했던 문광은인 만큼 당장의 큰 전력 손실은 없다. 1군 대기 불펜 자원이 하나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강지광이 합류했고 임준혁 등 몇몇 베테랑 자원들도 보유하고 있다. 강승호도 보수적으로 봤을 때 당장 1군에서 엄청난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올해 전력에 큰 파장을 만들 만한 트레이드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SK는 명분을 찾고 미래 자원을 확보하는 실리까지 모두 취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트레이드의 성공 가능성이 밝은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