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 죽였네"
'라이프' 조승우의 울분이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열악한 의료계 현실도 마음 아프지만 거대한 병원에 휘둘리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변한 그의 외침이 구승효 캐릭터를 '극혐'에서 '노 극혐'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JTBC '라이프' 4회에서 구승효(조승우 분)는 그룹 회장(정문성 분)의 지시를 받고 병원을 설립할 송탄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땅주인을 찾아갔다. 그들은 현직 장관의 부모. 구승효는 순박한 농민을 설득해 토지 매매 계약을 마쳤다.

회장은 흡족해했고 구승효에게 병원을 흑자로 돌려 그룹 전체를 먹여살리라고 주문했다. 의사들 앞에선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다닌 그였지만 그룹 회장 앞에선 군말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럴 때 구승효는 뼛속까지 기업인이었다. 그러나 병원에 돌아와서는 달랐다.
구승효는 구조조정실을 통해 상국대병원 각 센터의 기록을 압수해 받았다. 의사들은 반발했지만 결국 기록들은 구승효의 손에 들어갔고 천천히 살피던 그는 암센터에서 의도적으로 몇몇 날짜 기록을 지웠다는 걸 알게 됐다. 의사들이 지운 기록을 파악한 구승효는 분노로 가득찼다.
알고 보니 암센터 의사들이 약물 사고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 사실을 알게 된 구승효는 바로 암센터로 쫓아가 암센터장 이상엽(엄효섭 분)에게 따져물었다. "최도영 환자, 퇴원 후 다시 입원한 기록이 없는데 전체사망자 기록에 이름이 있다. 동명이인이냐"고 비꼰 것.
이상엽은 당시 당직의가 착오로 약물 주사를 착각했다고 시인했다. 구승효는 "최도영 환자 당신들이 죽였네. 의사란 인간들이"라며 발끈했다. 이상엽은 전공의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이유로 들며 어쩔 수 없는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구승효는 "당신들이 보호자한테 거짓말 하고 의료기록 지울 때에도 잠 못 자서 정신없을 때였냐. 당신들 믿고 찾아온 환자를?"이라고 물었다. 이상엽은 "의사도 사람이다. 의사가 과로로 죽는다. 오죽하면 자살하냐. 우리가 환자를 죽였으면 의사를 죽인 건 병원이다"고 맞섰다.
이에 구승효는 "센터장도 100시간씩 뜁니까? 약 잘못 들어갔을 때 당신 어디서 뭐했냐. 자기들끼리 쉬쉬하다가 들키니까 이제 와서 애들 감싸주기? 그리고 당신, 결국 본인 잘못 아니다 애들한테 떠넘기는 것 아니냐. 이 안에 살인범이 있고 어떤 인간은 그걸 은폐하고 공조했다"고 소리쳤다.
"부끄러운 줄 아십쇼. 진정으로 부끄러운 줄 아십쇼"라는 말을 마치고 돌아선 구승효는 병원의 숨겨진 민낯에 분노했다. 암센터 뿐만 아니라 병원 곳곳에서 매일 의료 오류가 벌어진다는 사실에 미간을 찌푸렸다. 투약 오류는 어느 병원이나 조직은 이를 환자들 모르게 숨길 뿐이라는 사실에 "이런 미친 놈의 새끼들"이라고 발끈했다.
조승우는 '라이프'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이 맡은 구승효 캐릭터에 관해 "병원의 단점을 뜯어고치기 위해서 투입되는 CEO다. 초반에는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재수 없는 캐릭터라 극혐"이라고 '쿨'하게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말처럼 초반 구승효 캐릭터는 기업논리로 무장해 병원을 이익구조로만 판단하는 꼴불견이었다. 그러나 점차 변하는 그를 보며, 무엇보다 의료계 현실에 보통 인간처럼 분노하는 걸 보며 시청자들은 점점 빠져들고 있다. 조승우가 그리는 구승효는 서서히 '노 극혐'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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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