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분위기 속에서 새 출발을 다짐한 강승호(24·SK)의 첫 과제는 새 사고방식을 만드는 것이다. SK는 강승호를 유격수로 키우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단 첫 인상은 좋다.
강승호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이었던 지난 7월 31일 SK 유니폼을 입었다. 불펜 보강이 급했던 LG, 그리고 장기적으로 내야를 책임질 만한 야수를 찾고 있었던 SK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다. SK는 2군에 내려간 뒤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했던 강승호를 점찍었고, 올해 1군에서 뛰지 못했던 문광은을 보내는 선에서 이번 트레이드를 마무리했다.
비록 LG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많은 지도자들이 주목했던 재능이었다. 염경엽 SK 단장은 “지명순위가 전체 3번이라는 것은 그만큼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아직 그것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강승호의 잠재력을 터뜨려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컨택이 다소 부족할 뿐 힘은 있는 스타일이고, 수비도 적잖은 성장을 이뤄낸 만큼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다.

관심은 포지션이다. 강승호는 2루와 유격수, 그리고 3루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 강승호는 “2루가 편하다. 그 다음이 3루, 유격수 순으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SK는 강승호의 이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염 단장은 “유격수로 키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염 단장은 “2루나 3루는 유격수를 해보고 정 안 되면 갈 수도 있다. 유격수를 하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2루나 3루로 갈 수도 있다”면서 “일단 가장 어려운 것부터 도전을 해봐야 한다. 강승호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단장은 강승호와의 면담에서 구단의 이러한 확고한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이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은 강승호의 나이 때문이다. 강승호는 만 24세에 이미 군 문제를 해결한 자원이다. 만약 강승호가 20대 후반의 나이였다면 SK는 2루에서라도 빨리 승부를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있는 선수기 때문에 충분히 유격수 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SK는 주전 유격수인 나주환이 30대 중반에 이른 가운데 박승욱 박성한 등이 차세대 유격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승욱은 전체적인 툴에서, 박성한은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확실한 커리어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서준 등 군에 가 있는 유격수 자원들도 마찬가지다. 강승호의 가세가 건전한 경쟁 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한편으로 2루에는 최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합류한 강승호는 새 코칭스태프와 간단한 훈련을 했다. 코칭스태프가 받은 첫 인상은 좋았다. 유격수 전업을 위해 퓨처스팀(2군)에서 다소간 조정 기간을 거칠 가능성도 있지만, 내야 전천후 백업으로 조기 콜업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당장 큰 부담을 주지는 않겠지만 SK의 강승호 프로젝트가 확고한 목표 속에 닻을 올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