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공작’(감독 윤종빈,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공)은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처음으로 그리는 한국 영화다.
공작의 타임라인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남북 관계가 북핵 이슈로 전쟁 직전의 긴장감으로 치달아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였던 때부터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시기까지 아우른다. 대북 스파이 흑금성(황정민 분)의 첩보전을 통해 남과 북 사이에 있었던 긴장감과 더불어 같은 민족이기에 오갈 수밖에 없었던 미묘한 교감을 폭넓게 담아내고 있다.
주지훈은 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90년대 남북한 정세를 뒤늦게 알게 됐다. 요즘 들어 더 정확히 알게 됐다. 1990년대 초반은 제가 9살이었다. 그땐 잘 모를 나이지 않나. 당시엔 아예 몰랐고 관심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4··27 판문점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이다.
이어 주지훈은 “올해 4·27 판문점 선언한 것을 봤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 평화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있다. 모두가 바라는 것이니까. 아직 내전 중인 나라도 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내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일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공작’은 큰 시도였고 좋은 메시지를 지녔다고 본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공작’이라는 영화적 장치를 빌려서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메시지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거부감 없이 만들어 주는 것은 배우로서 당연한 일이다. 더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영화에 참여한 것은)참 감사한 일이다”라고 긍정적인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내가 이런 얘기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반성했다. 우리나라의 한 국민으로서 앞으로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주지훈은 “(촬영할 땐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아)제가 당시에 용기를 갖고 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많은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이긴 하지만, 어려운 선택이었다. 감독님과 제작진이 이 얘기를 세상 밖으로 던질 용기를 가졌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리 연기지만 사람이 감각으로 느껴지는 전율 같은 게 있다. (의상, 분위기로 인해)사람이 너무 각이 잡히면 부들부들 떨린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너무너무 긴장이 됐다”며 “아무래도 배우들은 오감을 열고, 가짜도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큰 세트장에서, 완벽하게 구축된 미술세트 안에 있으니 공간이 주는 위화감과 긴장감을 느꼈다. 구두소리만 나고 정적이 흐르는데, (제 안에서 깊은)메아리가 치더라. 그런 것들이 주는 공포와 위압감이 물론 연기에 도움이 되긴 했다”고 전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을 연기한 주지훈은 “분량은 중요한 게 아니더라. 내 역할만 찾는 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만나서 전체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배우로서의 작품 선택관을 전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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