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 주지훈 "데뷔작 '궁', 지금 보니 풋풋하고 너무 귀여워"(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8.02 13: 44

 주지훈(37)은 요즘 배우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 두 작품을 내놓는 데다 먼저 개봉한 ‘신과 함께1-죄와 벌’(감독 김용화,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덱스터스튜디오 리얼라이즈)이 지난해 1441만 931명(영진위 제공)의 관객을 돌파하면서 일명 ‘천만 배우 클럽’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원래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이고 늘 밝지만, 최근에 만난 주지훈은 데뷔 12년 역사상 가장 평온하고 행복해 보였다.
주지훈은 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궁’을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저 스스로는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자책을 많이 했었다. 최근 몇 년까지도 오글거려서 ‘궁’을 못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지훈은 “데뷔작 ‘궁’을 지금 시점에 보니 내가 풋풋하고 너무 귀엽더라(웃음). 마치 아오리 사과처럼 풋풋했다(웃음)”면서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카메라 앞에서 긴장했다는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시청자 분들이 저를 귀엽게 봐주셨던 거 같다(웃음). 그때 저의 모습을 보고 ‘이젠 내가 조금 여유로워졌구나’ 싶었다. ‘이젠 현장이 공포나 어두움으로 다가오지 않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지난 2006년 드라마 ‘궁’으로 데뷔한 주지훈은 ‘마왕’(2007) ‘다섯 손가락’(2012) ‘메디컬 탑팀’(2013) ‘가면’(2015) 등의 드라마부터 ‘키친’(2009)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결혼전야’(2013) ‘좋은 친구들’(2014) ‘간신’(2015) ‘아수라’(2016) ‘신과 함께1’(2017) ‘신과 함께2’(2018) 등의 영화까지 비교적 많은 장르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한 가지에만 국한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노력해온 배우였다.
“제가 했던 캐릭터들 가운데 모르는 게 있다는 것은 시청자 분들이 보지 않으셨단 얘기고 사랑을 못 받았단 의미다. 저는 지금까지 코미디, 액션, 로맨스 코미디 등등 여러 장르를 해왔다. 뮤지컬도 했고, 무대에도 서 봤다. 하다하다 이제 판타지 SF까지 했다(웃음). 또 실화 드라마 ‘공작’까지. 배우로서는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중첩됐다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가 의미 있는 건 좋은데 사랑을 못 받으면 슬프다.”
그러면서 주지훈은 “사실 전 ‘궁’ 때는 몰랐었다. 배우로서나 한 개인으로서 전 꿈이 크다. 목표를 잡아 놓은 게 있다. 일상에선 긍정적이라서 몰랐는데 배우로서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나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주지훈은 “12년 동안 즐기고 감사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스스로 ‘난 모자라’ ‘왜 이러나’ 하면서 나를 들들 볶으며 살았다. 즐겁게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라며 “요즘엔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 봤더니, 한 개인으로서 즐거움을 찾기도 했지만 배우로서 박하게 살았던 거 같다. 사람이란 게, 기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고 굴곡이 있는 건데 내가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하고 산 것 같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질 때마다 혼자 마음을 다잡고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주지훈은 “전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다. 촬영장에서도 즐겁게 임했던 상황이었다. 저는 그 안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하는 스타일”이라며 “내가 어떤 액션을 했는데, 상대방이 리액션으로 좋아해주면 신난다. 제가 촬영장에서 떠들면 선배님, 감독님들이 좋아해주신다. 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신나서 뛰어다니다 보면 재미있다”고 배우로서의 기쁨을 전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어제(1일) 개봉한 ‘신과 함께2’는 개봉 첫 날 124만 6688명(누적관객수 126만 843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신과 함께2-인과 연’이 앞서 6월 6일 개봉해 당일 118만 3516명을 동원했던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오프닝 기록을 제치고 2018년 및 역대 최고 오프닝 신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주지훈은 “저는 사실 그 숫자가 실감이 안 난다. 하지만 배우들끼리 굉장히 기뻐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신과 함께’ 1편과 2편에서 주지훈은 저승 차사 해원맥 역을 맡아 강림 역의 하정우, 덕춘 역의 김향기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공작’은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그린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남북 관계가 북핵 이슈로 전쟁 직전의 긴장감으로 치달아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였던 때부터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대북 스파이 ‘흑금성’(황정민 분)의 첩보전을 통해 남과 북 사이에 있었던 긴장감과 더불어 같은 민족이기에 오갈 수밖에 없었던 미묘한 교감들을 영화는 폭넓게 그려내고 있다.
첩보영화의 주류로 자리 잡은 액션 영화의 문법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공작’에는 액션, 숨가쁜 추격, 화려한 무기들의 향연이 없다.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로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남북의 집요한 의심과 이를 피해가기 위한 흑금성의 페이크가 쉼 없이 교차한다. 
주지훈은 “남북한 판문점 선언한 것을 봤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 평화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있다. 모두가 바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내전 중이 나라도 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내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일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공작’은 큰 시도였고 좋은 메시지를 지녔다고 본다”면서 “‘공작’이라는 영화적 통로를 통해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 같다. 이런 메시지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라고 긍정적인 마음을 드러냈다./ purplish@osen.co.kr
[사진] 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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