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경기에서 많이 쳐야죠".
한화 이성열(34)은 지난해 남모를 징크스로 마음 고생했다. 그가 홈런을 치는 날 팀이 자주 진 것이다. 지난해 홈런 7개를 치는 동안 팀이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시즌 최종 홈런 숫자는 21개였지만 한화는 이성열이 홈런을 친 18경기에서 6승11패1무 승률 3할5푼3리에 그쳤다. 이성열은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기는 경기에서 많이 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이성열의 홈런은 한화 승리를 부르는 상징이 됐다. 아직 시즌 41경기가 남아있지만, 이성열은 벌써 21홈런으로 지난해 기록과 나란히 했다. 한화는 이성열이 홈런을 친 20경기에서 17승3패를 기록하며 무려 8할5푼 승률을 찍고 있다. 이성열의 활약 속에 한화는 시즌 3위로 가을야구 안정권이다.

이성열이 홈런을 터뜨린 20경기에서 한화는 11번의 역전승을 거뒀다. 승부를 가른 결승 홈런이 4개, 원점으로 되돌린 동점 홈런이 3개로 클러치 능력을 발휘했다. 동점 상황 4개, 1점차 상황 4개, 2점차 상황 5개, 3점차 상황 3개로 3점차 이내 접전에서 기록한 홈런이 16개에 달할 만큼 영양가 만점이다.
1일 대전 KT전에서도 이성열의 홈런이 한화 연패를 끊었다. 1-1 동점으로 맞선 4회말 무사 1루에서 금민철의 3구째 직구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시즌 21호 홈런. 한화는 KT에 4-3 승리를 거두며 최근 3연패를 끊었다. 홈런에 앞서 2회말 첫 타석에선 3루 쪽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기도 했다.
이성열은 "최근 타격 밸런스가 안 좋아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마음으로 첫 타석 번트를 댄 것이 성공했다. 그 덕에 두 번째 타석을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며 "베테랑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어 팀이 힘든 상황이지만 남아있는 선수들이 힘을 모아 좋은 결과 내도록 매 경기 집중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장 송광민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지면서 이성열이 현재 한화의 임시 주장을 맡고 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지금이 이성열의 전성기 같다.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 아프다는 소리 안 하고, 팀 생각을 많이 한다. 정말 베테랑답다. 여러모로 성숙된 선수"라고 칭찬하며 신뢰를 나타냈다.
이성열의 올 시즌 91경기 성적은 타율 3할7리 101안타 21홈런 65타점 OPS .918. 거의 모든 기록에서 커리어 하이가 유력하다. 만 34세 늦은 나이에 찾아온 이성열의 전성기가 한화를 가을야구 앞으로 이끌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