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류지혁, 선두 두산을 이끄는 숨은 힘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8.03 13: 30

"저요? 다 할 수 있어요." 허언이 아니었다. 어느 자리에 놓아도 류지혁(23·두산)은 빛났다.
지난달 31일과 1일 류지혁은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주전 2루수 오재원에게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류지혁은 완벽하게 2루수 수비를 소화했다. 특히 1일에는 경기 중간 유격수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수비는 물론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류지혁은 지난 2일 잠실 LG전에 3루수 겸 1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주전 3루수 허경민이 최근 무더위 속 계속해서 경기에 나서면서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류지혁은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3안타 5출루를 기록하면서 공·수 모두 만점 활약을 펼쳤다. 김태형 감독은 "오늘 타순을 짜면서 고토 코치와 1번에 류지혁을 넣자고 이야기했는데,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하며 공격의 물꼬를 터줬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산은 곳곳에서 주전 선수가 휴식을 취한 가운데 LG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올 시즌 두산에서 가장 바쁜 선수를 꼽으라고 하면서 단연 류지혁이라고 볼 수 있다. LG와의 3연전에서 2루수-유격수-3루수 수비를 봤고, 오재일이 부진할 때는 1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자리에서도 류지혁은 기본 이상의 역할을 했다.
내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수비 훈련 시간이 긴 것은 당연했다. 타구의 방향, 백업플레이 등이 자리마다 다르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한 자리도 소홀하게 할 수 없다.
조성환 수비코치는 "기본적으로 수비 자세가 낮다. 기본기도 잘 돼있고 송구도 안정적인 선수"라며 "항상 조금만 더 침착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충분히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내야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서 "훈련이 힘들 법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잘 해주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주력도 평균 이상이다. 김태균 코치는 "팀 내 선수 중에서 발도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하고, 주루 센스도 좋다"고 류지혁의 주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대주자로도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올 시즌 타율은 89경기에서 2할7푼6리지만, 대타 타율은 5할7푼1리에 달한다. 두산에서 대타로 냈을 때 가장 기대할 수 있는 타자가 류지혁이라는 뜻이다. 올 시즌 새롭게 두산에 합류한 고토 코지 타격 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류지혁 키우기'에 힘을 썼다. 그만큼 류지혁이 가진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고토 코치는 "기본적으로 열정적으로 하는 선수다. 또 강동우 코치에게 많은 좋은 이야기를 들으며 잘해주고 있다"라고 칭찬을 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 지금에 만족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강동우 코치 역시 "성격이 정말 좋다. 기본적으로 고토 코치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만, 물어봤을 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선수"라고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두산은 102경기를 치른 가운데 68승 34패로 2위 SK(57승 43패)에 10경기 앞선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주전 선수 9명으로는 힘들다. 특히나 올해처럼 폭염으로 체력적이 저하가 심할 때는 백업선수의 활약이 중요하다. 내야 모든 포지션 선발과 대수비, 대주자, 대타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류지혁의 존재는 두산의 선두 질주를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류지혁은 "내 역할은 형들의 자리를 잘 메우는 것인 만큼 앞으로도 그라운드에 나가서 실수 없이 더 집중하겠다"라며 "나이가 어린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다. 형들에게 많이 배우고 따라가려고 한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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