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사권이 ‘황금빛 내 인생’과 ‘부암동 복수자들’에 이어 ‘기름진 멜로’까지 연달아 연기하며 ‘소처럼 일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달 17일 종영한 SBS 드라마 ‘기름진 멜로’를 통해 생애 첫 악역을 소화한 김사권. 그는 드라마 속 주인공인 서풍(준호 분)과 대립하는 악역이자 재벌3세 호텔 사장인 용승룡 역을 맡아 ‘갑질 끝판왕’을 보였다. 그는 ‘기름진 멜로’로 처음으로 악역을 맡기도 했지만, 생애 첫 키스신을 소화하기도 했다. 석달희 역의 차주영과 진한 키스신을 연기해 화제가 됐던 바. 그는 “저도 그렇게 진한 키스신은 처음이었는데, 주영이도 그랬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차주영을 처음 만났다. 서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아 빨리 친해져야 했다. 키스신을 촬영하는 날에는 많이 친해졌는데도 어색하더라. 그래서 ‘달희야 나 인생 첫 키스신이다’라고 말했더니, 주영이는 ‘나도 그럴 뻔 했는데, 어제 준호와 첫 키스신을 했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풍이 나와’ 이랬다.(웃음) 둘 다 키스신을 많이 안 해봐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캐릭터에 잘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 다음 키스신에서는 심지어 노출까지 있었다며 김사권은 진땀을 흘렸다. 두 사람이 함께 ‘차라리 대범하게 하자’고 마음먹고 촬영을 했다는 김사권은 “그 장면이 나간 후 생일도 아닌데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진한 키스신이 포함된 회차는 가족들과 함께 보기 민망해 본방사수를 피했다는 김사권은 “그런데 ‘기름진 멜로’가 재방송을 정말 많이 하더라”고 말끝을 흐려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기름진 멜로’로 여러모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름진 멜로’는 그야말로 ‘연기 인생 2막’의 느낌이었다. ‘황금빛 내 인생’과 ‘부암동 복수자들’을 끝낸 직후였기에, 내게도 이번이 중요한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평소와는 정반대의 악역을 시도하게 됐고, 전작의 이미지들을 잊게 만들었다는 게 내게는 큰 의미가 있다. 지나갈 때에도 사람들이 제게 ‘그렇게 살면 안 된다’며 ‘기름진 멜로’ 속 악역을 언급하더라. 그런 걸 보면서 다행히 이번 악역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심었구나 싶었다.”
그는 2017년 11월 방영한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홍도희 역의 라미란과 러브라인을 이루는 박승우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고, 이후 2017년 최고 시청률을 찍은 KBS 2TV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으로 2018년을 활짝 열게 됐다. “두 드라마를 동시에 한 건 처음이었다”는 김사권은 머리를 내리면 ‘부암동 목수’로, 머리를 올리면 ‘황금빛 나오는 사람’으로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많아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두 개의 드라마를 동시에 해서 나도 신경을 써서 캐릭터를 구분해 연기했다. 그런데 시청자들도 이를 나눠서 알아봐줘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황금빛 내 인생’ 덕분에 어르신들도 내게 ‘사진찍자’고 많이 말씀해주셨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라미란 누나 덕분에 정말 즐거웠다. 맨날 나한테 ‘승우야 가자, 미사리’라고 농담을 했다. 우리끼리 시즌2 가면 어떨까 엄청 얘기를 많이 했다. 미란 누나가 ‘우린 결혼까진 몰라도 진하게 연애하고 있을 거야’라고 했다. 어떤 작품이 되든 간에, 드라마로 시즌2로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그의 첫 드라마인 ‘골든타임’(2012)도 시즌2 요청을 수없이 받았던 작품. 김사권은 ‘골든타임’을 통해 혜성 같이 등장했고, 당시 “열심히 해서 고향 괴산의 아들이 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 말을 했던 걸 기억하느냐 장난스레 물으니 김사권은 “데뷔 초반이라 뭐라도 말을 해야 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고향 이야기를 하던 김사권은 최근 유년시절을 보냈던 청주에 내려가 촬영을 할 일이 생겨 뜻 깊었다고 회상하기도.
“청주에서 초중고를 다녔는데, 마침 ‘기름진 멜로’ 촬영지가 청주였다. 배우란 직업을 가진 후에 일을 하기 위해 고향을 간 게 처음이었다. 청주 촬영을 갔을 때 어릴 적 친구들과 술도 한 잔 하고, 청주 분들이 많이 알아봐주시니 뿌듯했다. 예전에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청주에서 촬영을 했었는데, 친구들이 ‘넌 안 오냐’고 물을 때 마다 ‘출연을 해야 가지, 나도 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촬영을 하러 청주를 가게 된 게 너무 신기하고 좋더라. 더 열심히 일해서 괴산과 청주의 아들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웃음)”
2017년부터 화제작들에 꾸준히 출연하며 알찬 한 해를 시작한 김사권에게 2018년을 어떻게 마무리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쉼 없는 행운을 맞았다. 작품을 쉬지 않고 할 수 있었고, 처음으로 악역을 만나기도 했다. 이걸 멈추고 싶지 않다. 어떤 작품이 됐건 2018년에 한 드라마를 더 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이 있는 드라마라면 빨리 함께 하고 싶다. 더욱 소처럼 일하겠다”고 다짐하며 ‘소배우’를 약속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