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역대급 살인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 신인 배우 홍승범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촬영 후기를 전했다.
배우 홍승범은 지난 19일 종영한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 윤희재(허준호 분)를 동경해 그의 모방범이 되는 염지홍 역을 맡아 신스틸러로 톡톡히 활약했다. 윤희재와는 또 다른 결의 사이코패스 살인범인 염지홍을 훌륭하게 소화한 홍승범은 “시작 단계인 신인 배우임에도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사람들이 ‘작품 속 염지홍과 실물이 많이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웃음) 웃으면 괜히 무섭다는 말이 정말 최고의 칭찬이다. 그런 반응이 정말 감사했다. 처음에는 베일에 싸인 역할이어서 ‘내가 마스크를 벗고 정체를 드러내면 어떻게 봐주실까’ 기대를 많이 했다. 내가 해석한 염지홍을 어떻게 봐줄까 궁금했다. 감독님부터 작가님까지 너무나 나를 잘 만들어주셔서 걱정은 없었다.”
그가 생각한 염지홍은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오죽하면 그가 맡은 염지홍은 ‘예의바른 살인마’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홍승범이 본 염지홍은 살인이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해맑지만 호불호가 확실한 그런 사이코패스 캐릭터였다. ‘웃어도 무서운’ 캐릭터를 위해 수없이 고민한 홍승범은 “내가 가진 걸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염지홍 안에 나를 녹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해맑은 살인마’ 염지홍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었다. 그런 홍승범을 독려한 건 대선배 허준호였다.
“허준호 선배님과 처음 뵙기 전에는 겁을 많이 먹었다. 제게는 너무나 기라성 같은 배우 아니냐. 그런데 처음 마주친 그 순간부터 제게 정말 친절하게 해주셨다. 잘 해야 한다는 걱정을 하는 나를 가볍게 풀어주시고,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고 독려해주셨다. TV나 스크린에서만 보던 존경하는 선배님이 마음을 녹여주시니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왔다. 선배님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장기용, 진기주 등 다른 주연 배우들도 그가 몰입할 수 있도록 리액션 연기를 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고. 그러다보니 스스로도 더 과감하게 연기할 수 있었단다. 홍승범은 “매일 집에 갈 때 마다 ‘오늘도 너무 좋았다’는 말만 했다. 나 같은 신인이 이런 곳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란 말을 매일같이 했다”며 회상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리와 안아줘’에 합류한 홍승범에게는 드라마가 그야말로 ‘선물’과도 같았다.
“처음부터 염지홍이란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오디션을 여러 번 봤고, 그만큼 오래 기다려 더 욕심이 났다. 오디션 합격 전화를 받은 날이 정확하게 기억난다. 친구랑 김밥집에서 김치볶음밥 먹고 있었을 때 실장님께 전화가 왔는데, 벨이 울릴 때부터 기분이 덜컹 했다. 다른 말없이 ‘그거 됐다’는 한 마디를 들었는데 배도 안 고파지고, 행복함이 밀려왔다. 정말 간절했는데 내게 염지홍 캐릭터가 온 거다.”
염지홍이란 캐릭터는 초반에는 알 수 없는 정체에서 오는 긴장감을 올리고, 후반에는 본격적인 악행으로 주인공을 위기로 모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 염지홍을 신인인 홍승범에게 맡긴 것이 최준배 감독에게도 큰 모험이었을 터. 홍승범 또한 “작가님, 감독님도 내게 이 캐릭터를 주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 주셨다는 게 정말 감사해서 더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이 끝난 후 내가 잘 했는지 궁금했다. 감독님께 그래서 장난처럼 넌지시 ‘저 잘했나요’라고 여쭤봤다. 감독님께서 아무렇지 않게 ‘너 잘했잖아’라고 한 마디 해주셨다. 그게 진자 감동이었다. 내가 잘 하고 있나 하는 의심이 많이 들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그렇게 믿고 저를 써주셨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 그래서 종영했을 때에는 그저 행복하고, 신인으로서 엄청난 경험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1부터 10까지 많은 걸 배웠다”며 ‘이리와 안아줘’에 고마움을 드러낸 홍승범. 많은 배우들이 해보고 싶어하는 사이코패스 역할을 신인 때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게 그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쟤 진짜 싸이코 같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며 해맑게 웃는 그는 천생 배우의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경제학과를 전공하던 그는 오래 마음 속에 품어왔던 연기의 꿈을 위해 대학에서 연기과로 복수전공을 신청했고,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복귀해 발로 뛰었다.
“군 복무를 하고, 대학까지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런데 운이 좋게 짧은 시간 안에 첫 작품인 드라마 ‘이판사판’을 만났다. 그렇게 지난해에 데뷔를 해 올해에는 ‘이리와 안아줘’를 하게 됐다. 지금은 매일이 꿈같다. 밤을 새도, 긴 대기 시간도 다 재미있다. 허준호 선배님이 항상 ‘꼭 버텨라’는 말을 했다. 그 말처럼, 연기는 평생할 것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면 좋은 작품, 좋은 역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언젠가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는 홍승범. 롤모델이 한국에서 연기를 시작해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배우 이병헌이라는 그는 언젠가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경험을 살려 해외에 진출하고 싶다며 “꿈이라도 꿔보고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훗날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더 정진하겠다며 홍승범은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yjh03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