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이 한국형 첩보극 '공작'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지난달 31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베일을 벗은 '공작'은 남북을 다룬 통찰력 있는 서사와 흔한 액션 한 장면 없이도 쫀쫀한 긴장감이 넘치는 감각적인 연출로 극찬을 받았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을 통해 총과 칼보다 강력한 말의 힘을 보여준다. 안기부의 스파이 흑금성을 둘러싼 실화를 다룬 만큼 스타일리시한 액션보다는 남북의 현실을 영화적 문법으로 충실히 구현해냈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약 2시간 동안 이어지는 남북의 타임라인은 한국의 현실이라는 가장 큰 볼거리를 깊고 진하게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공작'은 스파이를 다룬 첩보물에도 화려한 액션 대신 인물들 간의 치열한 구강액션을 선택했다. 관객들이 첩보극에서 기대하는 무기인 통쾌한 액션을 완전히 걷어낸 것은 윤종빈 감독에게는 꽤 용기있는 선택이었을 터다.

윤종빈 감독은 "이 이야기가 주는 매력이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첩보극에서 스파이가 액션을 하기 시작했다는 건 정체가 들통났다는 거다. 그래서 액션 장면이 아예 있을 수가 없었다. 사실 총격신을 촬영하긴 했다. 저희끼리 찍으면서도 잘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찍었고 결국 걷어냈다"며 "스파이 자체가 냉전시대에 생긴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스파이는 군인이고,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상대를 적으로 보는 생각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볼 때 본 시리즈도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본 시리즈 같은 저만의 첩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공작'은 서슬 퍼런 정권 아래 어렵게 탄생한 작품이다. 윤종빈 감독은 "2015년 초 정도에 이 아이템을 잡았던 걸로 생각한다"며 "조용히 찍고 싶었다. 실질적으로 압력이나 피해를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흉흉하게 도는 소문이 워낙 많아서 조용히 촬영하고 싶었다. 제목도 그래서 '공작'이라고 걸고 촬영했던 것"이라고 촬영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에 대해 "관객들이 긴장감을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 감독은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핵심이다. 인물의 태도도 정확하게 파악되면 안 되고,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면 안 된다는 점을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배우들도 힘들었겠지만, 저도 굉장히 힘들었다. 배우들에게 '나도 무섭다'고 말했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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