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이 김정일 전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를 '공작'에 완벽하게 재현해 낸 뒷이야기를 전했다.
윤종빈 감독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진행된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 인터뷰에서 배우 기주봉이 김정일 전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될 수 있었던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공작'에서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자랑하는 김정일(기주봉)의 등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기주봉은 외적인 모습은 물론, 첫 눈에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윤종빈 감독은 "평양이 있으면 김정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김정일과 똑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제작팀이 어떻게 똑같냐고 하더라. CG든지 분장이든지 노력을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CG는 퀄리티나 가격이나 국내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해서 특수분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미국에서 잘 하는 팀을 몇 군데 알아봤고, 그 중에서 '나는 전설이다' 등을 한 팀이 '할 수 있다'고 답이 왔다"고 김정일 캐릭터의 탄생을 밝혔다.
김정일 역할을 한 기주봉은 윤종빈 감독의 선택이 아니라 분장팀의 선택이었다. 윤 감독은 "김정일 역할을 해야 하니까 키가 비슷하고,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시는 세 분의 배우를 정해서 분장팀에게 보냈다. 그랬더니 분장팀이 특수분장이 가장 덜 어색할 배우로 기주봉 배우를 골랐다"며 "기주봉 선생님이 먼저 미국으로 가서 본을 뜨고, 그 팀이 한국에 와서 1차 테스트를 했다. 이후에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수정을 위해 기주봉이 미국에서 2차 본을 뜨고, 마지막으로 한국에 와서 다시 촬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작'에는 김정일이 생전 애견을 아꼈다는 철저한 고증 아래 귀여운 강아지가 등장한다. 극 중 김정일이 아낀다는 설정을 가진 말티즈는 사랑스러운 비주얼로 '공작'의 무거운 긴장감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윤종빈 감독은 "강아지는 제가 자료조사를 했다. 한국에 있는 북한 관련 서적은 거의 다 봤다. 태국 시인이 쓴 회고록이 있는데 유럽에서 베스트셀러였다. 북한 1호 시인인데, 처음 김정일을 만났을 때의 기록을 상세하게 써놨더라"며 "몇 달 전에 '만날 수 있다'고 언질을 주고, 어느 날 밤에 '나오라'고 한 뒤에 눈을 가리고 배를 타고 갔더니 앞에 몇 백 명의 군인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 그 책에는 김정일이 들어온다고 해서 각 잡고 있었더니 말티즈 한 마리가 와서 자기 발을 핥더라는 글이 있었다. 너무 생생해서 그 글을 인용을 했다. 실제로 애완견을 상당히 좋아한다고 하더라. 시츄, 말티즈 다양하게 키웠다고 했다"고 말했다.
'독재자의 강아지'를 선보이기 위해 '공작' 팀은 말티즈 교육과 관리에만 25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였다. 윤종빈 감독은 "털 관리하느데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강아지한테만 2500만 원이 들었다. 강아지를 산 업체가 다시 가져갔다"며 "용서받지 못한 자 제작비가 2천만 원인데 강아지 한 마리한테 2500만 원이 든다고 생각하니까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독재자의 강아지고, 이 강아지가 상징하는 이미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강행하게 됐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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