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이 한국형 첩보극 '공작'을 여름 성수기 스크린 대전에 내놓는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지난달 31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베일을 벗은 '공작'은 남북을 다룬 통찰력 있는 서사와 흔한 액션 한 장면 없이도 쫀쫀한 긴장감이 넘치는 감각적인 연출로 극찬을 받았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을 통해 총과 칼보다 강력한 말의 힘을 보여준다. 안기부의 스파이 흑금성을 둘러싼 실화를 다룬 만큼 스타일리시한 액션보다는 남북의 현실을 영화적 문법으로 충실히 구현해냈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약 2시간 동안 이어지는 '공작' 속 남북의 타임라인은 한국의 현실이라는 가장 큰 볼거리를 깊고 진하게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오는 8일 개봉하는 '공작'은 일주일 전에 개봉한 올 여름 최고 흥행작 '신과함께-인과 연'과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현재 '신과함께-인과 연'은 역대 최고 오프닝부터 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 등 각종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이어가며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는 중. '공작'으로서는 꽤나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종빈 감독은 '신과함께-인과 연'의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 그리고 주연 하정우와 남다른 우애를 자랑한다. '신과함께-인과 연'의 개봉을 축하하는 언론배급시사회 뒷풀이에도 함께 할 만큼 막역한 사이다. 두 사람과 '신과 함께 한 공작'이라는 구호로 건전한 대결을 약속했다는 윤종빈 감독은 "'신과함께'가 '공작'을 배려해 줘야 한다"고 주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종빈 감독은 "'신과함께'가 배려를 해줘야 한다. 김용화 감독, 하정우 전부 학교 선배다. 지금 잘 되고 있고, 관객이 많이 들었으니까 많은 배려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신과함께' 한 '공작'이 되자고 했는데 이제는 '신과함께'가 배려해 줘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학창시절 김용화 감독이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보상설'도 제기했다. 윤 감독은 "김용화 감독님은 새벽에 저를 정말 많이 깨웠다. 박찬호 야구 경기를 보자고 새벽에 자취방에 엄청 찾아왔다. 그때 당시 인천방송만 중계를 해줬는데 저희 방에만 인천방송이 나왔다"며 "이제는 보상받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제가 엄청나게 잔신부름을 많이 했다. 특별히 거기에 보상받은 게 없기 때문에 이번에 보상해 주시면 좋겠다"고 입담을 자랑했다.

윤종빈 감독은 하정우가 없는 첫 영화 '공작'으로 하정우 주연의 '신과함께-인과 연'과 경쟁한다. 게다가 전작 '군도: 민란의 시대'의 라이벌은 한국 박스오피스 흥행 1위에 등극한 '명량'(김한민 감독)이었다. 신작 '공작'은 '명량'을 꺾고 흥행 1위를 노리는 '신과함께-인과 연'과 맞붙는다. 여름 성수기에서는 지지리도 독한 대진운을 자랑하는 윤종빈 감독이다.
윤종빈 감독은 "경쟁심보다는 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모든 영화들이 만들 때 너무 힘들다. 고생한 만큼의 결과는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상처 받으면 내상이 오래 간다. '군도'는 저도 하정우도 강동원도 내상이 심했던 작품"이라며 "저같은 대진운이 있는 사람이 없다. 여름에 2편 개봉했는데 한 편은 '명량'이고 한 편은 '신과함께'다. 저는 아마 죽으면 사리 나올 것 같다. 괜찮다. 삼 세 번이니까 한 번 더 하겠다"고 선언해 폭소를 선사했다.
'공작'은 첩보극임에도 액션을 빼고 말맛을 선택했다. 본심을 파악할 수 없는 남북의 인물들이 펼치는 구강액션이 '공작'의 진짜 재미다.
윤종빈 감독은 "이 이야기가 주는 매력이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첩보극에서 스파이가 액션을 하기 시작했다는 건 정체가 들통났다는 거다. 그래서 액션 장면이 아예 있을 수가 없었다"며 "스파이는 군인이고,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상대를 적으로 보는 생각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볼 때 본 시리즈도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본 시리즈 같은 저만의 첩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작'은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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