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구단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 질타는 관심의 또 다른 표현 방법이다. 애정이 있어야 질타도 한다. 팬들의 질타와 건전한 비판은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프로라면 팬들의 꾸지람도 달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화제의 팀으로 자리 잡은 한화는 요즘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후반기 17경기에서 7승10패 승률 4할1푼2리에 그치며 LG(5승12패·0.294) 다음으로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SK와 격차가 2경기로 벌어지며 2위 레이스에서 점점 밀려나는 흐름이다.
전반기를 SK에 2경기 앞선 2위로 마쳤기 때문에 후반기 부진이 두드러져 보인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에 팬들의 기대치가 크게 높아졌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자 질타가 끊이지 않는다. 팀을 이끄는 한용덕 감독부터 타선 침체에 장종훈 수석코치도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전반기 2위를 이끈 선수들도 후반기 페이스가 처지자 거센 비판을 받는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영건 김재영·김민우는 전반기 합작했던 선발 11승도 평가 절하되고 있다. 한 경기 이기면 환호하다가도 다음날 지면 날선 비판이 쏟아진다. 매일 경기하는 야구의 특성상 일희일비는 어쩔 수 없다. 다만 그 강도가 강해지자 현장에서 느끼는 중압감과 고충도 커진다.

한용덕 감독도 이런 여론을 잘 안다. 한용덕 감독은 "팬분들의 기대치가 굉장히 높아진 게 느껴진다. (갖춰지지 않은 전력으로) 없이 시작했는데 초반부터 워낙 잘 나가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시즌 전 팬들께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의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 우린 아직 만들어가는 팀이다.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더 길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즌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한화가 지금 시점에도 3위라고 예상했다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치부됐을 것이다. 5강은커녕 꼴찌 후보 중 하나로 평가됐다. 지난겨울 외부 전력 보강이 없었고, 외인 선수들도 모두 물음표였다. 대놓고 리빌딩과 세대교체 시즌으로 삼았다. 한화 관계자는 "현실적인 목표는 5위 싸움이라도 하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런데 지금 한화는 내부 예상마저 깨고 3위에 올라있다. 가을야구 안정권이다.
기복 심한 토종 선발진, 주축 타자들의 부상으로 장기 침체된 타선 문제가 후반기 한꺼번에 터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깊은 연패에 빠진 것도 아니다. 없는 자원에서도 최대한 버티고 있기에 일부 팬들의 질타가 따갑다. 마운드 운용, 야수 기용을 놓고 비판을 받고 있는 한용덕 감독은 "한 번에 틀을 너무 많이 바꾸면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다. 가능한 지금 체제에서 남은 시즌 끝까지 꿋꿋하게 갈 것이다"고 다짐했다.
사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한화의 올 시즌은 성공이다. 냉정하게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어느 정도 운도 따랐고, 선수단의 투혼도 있었다. 10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 암흑기 탈출이 눈앞이니 박수 받아 마땅하다. 너무 잘해서 승부를 걸어야 할 시즌이 됐고, 후반기 부진이 더 아쉽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초중반처럼 부담을 내려놓고 해야 한다. 지금 한화에 필요한 건 질타보다 격려와 응원, 기다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