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뛰는 의사들 위에 나는 조승우가 있다. 하지만 유재명과 이동욱 등 의사들도 만만치 않았다.
6일 방송된 JTBC '라이프'에서 구승효(조승우 분)는 자신에 맞서 파업을 결의한 의사들보다 한 발 앞서 보도자료를 뿌렸다. 부원장(문성근 분)은 "의료계 특수성을 무시하면 그 폐해가 국민에게 간다. 국민들의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공식입장을 냈지만 구승효는 상국대 병원의 약물 투약 오류 사고를 폭로하며 선수쳤다. "의료진과 협의에도 성심성의를 다해 파업을 미연에 방지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말과 함께.
앞서 병원 과장들은 비밀회동을 하며 구승효를 병원에서 몰아낼 계획을 세웠다. "구사장이 나가도 어차피 재단에서 또 꽂을 테지만 쫓겨나면 고분고분한 애 오겠죠", "구사장부터 몰아내고 후임자 임명에 우리가 개입하자. 화정 그룹 회장은 몰라도 정치 법조계 백이야 말로 우리가 거미줄"이라며 자신했다.

이에 부원장의 머릿 속은 복잡해졌다. 앞서 이보훈 원장(천호진 분)이 죽기 전 그는 "구승효 사장이 취임식 전까지 청사진 가져오라네"라는 말을 듣고 "원장님이 움직여야 한다.
구사장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에. 보통이 아니라고 하더라. 노조 박살냈다고 하더라. 원장님 자그마치 연임 4번째다. 혼자 했냐. 우리가 뽑아줬지. 다들 원장님만 바라보고 있다. 뭐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라고 부추겼던 바다.
하지만 구승효는 만만치 않았다. 의사들의 집단 행동과 따로 병원 경영 실태를 분석했고 적자인 이유를 파헤쳤다. 부하 직원은 "소비자한테 더 받아내거나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이 병원은 전체적으론 쓸만한데 특화된 톱 분야가 없다. 할수록 손해나는 수술이 많다. 공장으로 치면 만들수록 손해다. 보험공단에서 주는 돈은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환자에게 더 많이 받아내야 한다. 부르는 게 값이니까"라고 설명했다.
구승효는 "35개 수술실 중 3개를 빼서 가동률을 높여라. 비만 금연 탈모 안티에이징 분야부터 집중하자"며 "우리나라에서 장례시작은 단순히 상 치르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효심을 파악하는 곳이다. 부모상은 변두리 병원에서 안 보낸다. 보험금으로 커버 안 되도 돈 아끼지 않는 게 장례식이다"이라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러는 사이 예진우(이동욱 분)는 잡지 인터뷰에 나섰다. "성과급제를 반대하는 건 줄세우기나 경쟁이 싫어서가 아니다. 결국 검사를 얼마나 더 하냐, 비싼 수술을 얼마나 더 하느냐의 문제다. 신임 사장이 부임하자마자 이것부터 시도했다. 추구하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스스로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병원 내 의료사고가 얼마나 잦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같은 시각 구승효는 병원 내 사고가 빈번하다는 사실에 또다시 분노했다. 선우창(태인호 분)은 "의학사고에는 여러 등급이 있다. 근접, 위해, 적신호. 또 사고가 얼마나 치명타냐, 의사 간호사 약사 중 누가 했느냐에 따라 분류된다"고 밝혔다.
구승효는 "사고든 실수든 그런 사고가 많다는 얘기냐. 그러면 어느 정도 돼야 대외적으로 발표하냐. 새어나가기 전까지 안 밝히냐. 야이 새끼들아"라며 의사들을 비난했다. 선우창은 "누가 안다고?"라며 되물었고 "병원 이윤을 남기겠다는 사람이 왜 묻냐"고 했다. 구승효는 "거기에 왜가 왜 붙냐. 퀄리티 이윤 다 잡아야지"라고 받아쳤다.

그때 소아청소년과 의사 이노을(원진아 분)이 구승효를 찾아왔다. 그는 "사장님, 저희 병동 다 못 보셨죠? 현장을 아시면 일하기 더 수월할 것 같아서. 시간 되시면 제가 안내할까요?"라고 말했다. 구승효는 고민하다가 이노을을 따라나섰다.
구승효는 어린 환자들과 잠 못 드는 보호자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온 몸에 호스를 차고 있는 신생아를 보며 냉철한 구승효 역시 얼굴을 찡그렸다. 이노을은 아픈 신생아들의 손을 잡아줬다. 아기들 역시 이노을의 손을 살짝 잡았다. 이를 본 구승효는 복잡해졌다.
그는 이노을이 전화를 받는 사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노을은 "쓸데 없는 짓을 한 건가. 정말 독종인건가"라며 혼잣말했다. 하지만 구승효는 홀로 복도에 나와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고 차를 타고 가다가 옆 차에 잠든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이노을 덕분에 감정을 되살린 구승효. 그는 늦은 저녁 자신을 기다리며 거실에서 잠든 어머니 곁에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는 "어머니, 어렸을 때 나도 많이 아팠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어디 아프냐"고 걱정했다. 구승효는 복잡미묘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의사들은 수술 중 사망한 쇼크 사고를 한데 모여 분석했다. 구승효 역시 뒤에서 지켜봤다. 밤새 쇼크사에 대해 공부한 걸 지적했고 담당 의사들은 차마 해명하지 못했다. 구승효는 "약물 오더를 내린 사람이 누구냐"고 꼬집었고 담당의는 주경문(유재명 분)이 아닌 자신이 내린 판단이었고 이 때문에 환자가 심정지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주경문은 "전 김해에서 나고 자랐다. 하지만 그곳에서 환자를 모두 잃었다. 제가 파견 나간 의료원이 폐쇄됐을 때다. 근무 태만, 혈세 낭비, 불친절, 어마어마한 적자, 공공의료원의 폐해를 낱낱이 고하면서 폐쇄를 촉구하던 이들이 많았다. 환자들을 길바닥으로 내몬 건 재정 적자다. 30~40억 원. 경남도 1년 재정은 12조 원이다. 민간 병원에 밀려서 10%도 남지 않은 공공의료원이 폐쇄된 건 경남도 재정에 얼마 안 된다. 그 돈이 그렇게 아까웠냐. 문제점을 개선해서 다시 써야 했는데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승효 사장님, 저희 흉부외과는 늘 인력이 부족하다. 젊은 의사들이 돈 되고 편한 곳으로 몰리니까. 그런데 왜 한 해 나오는 흉부전문의가 20명이 안 되냐. 병원이 흉부에 투자를 안 해서다. 병원이 채용을 안 해서다. 그래도 우린 오늘도 수술장에 들어간다. 환자를 죽인 의사란 비난을 들어도"라며 열악한 의사들의 환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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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