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투수 고효준(36)은 최근 '표정 부자'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내야진이 호수비를 펼치거나 아웃카운트가 추가될 때마다 동료들을 향해 재밌는 표정과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고효준도 최근 자신의 다양한 표정들이 롯데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효준은 "얼마 전에 지인분들이 중계방송에 잡힌 표정들을 캡처해서 많이 보내주시더라"면서 웃었다.
베테랑 선수로서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고효준은 "즐기는 마음으로 하면서 격려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베테랑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동료들과 격의 없이 지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그의 임무다. 그는 "팀 분위기가 다운됐을 때 고참으로서 해야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 얼굴 하나 망가진다고 하더라도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웃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고효준은 시즌 시작이 늦었다. 스프링캠프를 다녀온 뒤 우측 내복사근이 파열돼 4월 중순에서야 1군에 등록됐다. 복귀 이후에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서 팀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좌완 원포인트릴리프든 긴 이닝이든 소화하는 불펜 투수로서 제몫을 다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2.70(10이닝 3자책점)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9탈삼진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속구 구위도 140km 후반대를 꾸준히 찍을 정도로 힘이 생겼다.
고효준은 "부상을 당한 뒤 처음 복귀했을 때는 다소 자만했던 것 같고, 안일하게 복귀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컨디션 회복이 늦어지니 더 조급해졌던 것 같다"면서 초반 부진을 되돌아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이제는 코칭스태프, 구단, 그리고 팬들에게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서 좀 더 꾸준하게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리고 집중은 하되 즐기는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며 달라진 점을 언급했다. 그의 다양한 표정도 집중과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롯데는 고효준에게 친정팀이다. SK에서 선수생활의 전성기를 보냈고, 그의 전 소속팀은 KIA였지만 고효준은 2002년 신인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4월 13일 광주 KIA전에서 롯데 복귀 후 첫 경기를 치렀고, 이후 4월 17일 삼성전에서 사직구장 복귀전을 가졌다. 당시 고효준은 첫 이닝을 마무리한 뒤 롯데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1군 마운드 첫 등판을 사직에서 했다. 그렇기 때문에 원 소속팀에 복귀를 하고 사직을 찾은 팬 분들께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롯데로 돌아오면서 당시 입단 동기들이었던 이대호, 이명우와 함께 먼 길을 돌아와서 다시 뭉쳤다. 그는 "마치 타지 생활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면서 "(이)대호나, (이)명우와 옛날의 이런저런 얘기들도 많이 나누고 있다"며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롯데 불펜진은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 1위(3.38)을 기록 중이다. 고효준도 이 중심에 있다. 그는 "후반기 가을야구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 전체가 그 전보다 목표 의식이 확실해진 것 같고 집중도도 높아진 것 같다"면서 달라진 불펜의 이유를 전했다.
그리고 현재 불펜진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은 반전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팀에 대한 믿음이다. 그는 "롯데라는 이유 말고 다른 말이 필요할까"라면서 "지난해 우리 롯데의 저력을 다들 봤기 때문에, 우리 팀 모두가 그 저력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고효준은 "저에 대한 구단의 기대가 컸는데 아직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 같다. 이제 나만 더 잘하면 된다"는 말로 각오를 다졌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OSEN DB